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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은 듯 다른 김경문과 김태형 [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성일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1.11 13:36

수정 2019.11.11 13:36



김경문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 감독. /사진=뉴스1
김경문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 감독. /사진=뉴스1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 /사진=뉴시스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 /사진=뉴시스


그들은 똑같이 포수출신이다. 두산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했고, 코치를 거쳐 두산 감독이 됐다. 선수 시절엔 화려함과 거리를 두었으나 지도자로선 명장의 반열에 올랐다. 거기까진 비슷하다. 프로필의 사진과 이름만 딱 떼놓으면 누가 누군지 헷갈릴 정도로.

결정적 차이가 있다. 김경문 국가대표팀 감독(61)은 두산 시절 준우승만 세 차례 차지했다.
당시 두산이 약세이긴 했으나 그의 명성에 비하면 우승 부재는 옥에 티다. 김태형 두산 감독(52)은 우승만 세 차례다.

올 KBO리그 우승으로 3년 28억 원에 재계약을 맺었다. 감독에게 우승은 훈장과 같다. 김태형 감독의 말처럼 “우승을 하면 명감독” 평가를 듣는다. 김경문 감독은 NC 시절에도 두 차례 준우승에 그쳤다.

그렇다고 그를 명감독으로 부르기에 인색하진 않다. 김경문 감독에겐 누구도 가지지 못한 ‘레지옹 도뇌르(나폴레옹이 만든 프랑스 최고의 영예)’가 있다.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이다.

야구는 베이징 올림픽 이후 정식 종목에서 탈락했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다시 채택됐으나 2024 파리 올림픽서는 제외됐다. 언제 정식종목으로 복귀할지 불투명하다. 2020 도쿄 올림픽 야구국가대표팀(예선 통과 시) 감독은 김경문.

따라서 당분간 그 누구도 올림픽 금메달 감독의 영예를 차지하지 못한다. 한국이 2020 도쿄 올림픽서 금메달을 딴다고 하더라도, 그랬으면 오죽 좋으련만, 그것은 오로지 김경문 감독의 몫이다.

양 김 감독은 음지에서 양지로 나왔다. 춥고 어두운 무명 시절에서 명감독으로. 감독으로서 양 김 감독의 교집합은 ‘믿음의 야구’다. 김태형 감독은 올 시즌 내내 오재원이라는 아픈 손가락으로 고통을 받았다.

두산 주장 오재원은 정규리그서 1할6푼4리의 저조한 타격을 보였다. 벤치에 앉아 두기엔 아깝고 쓰기엔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김태형 감독은 오재원을 끝까지 감싸 안았다. 오재원은 한국시리즈 2차전서 9회 역전의 발판을 만든 2루타를 터트렸다. 4차전서는 3안타 3타점으로 펄펄 날았다.

0.164라는 타율은 2008 베이징 올림픽 이승엽의 타율(0.167)과 닮았다. 김경문 감독은 4번 타자 이승엽이라는 공식을 끝내 포기하지 않았다. 이승엽은 일본과의 준결승서 8회 역전 결승 2점 홈런으로 화답했다.

현재 진행 중인 프리미어 12에서 박병호(키움)에 대한 김경문 감독의 믿음도 흔들림 없다. 박병호는 국내서 열린 호주, 캐나다와의 경기서 8타수 무안타로 부진했다. 4번 타자로서의 체면이 서지 않았다. 김경문 감독은 믿음을 포기하지 않았다. 박병호는 쿠바전서 안타 두 개와 타점 하나를 올렸다. 대한민국 4번 타자의 방방이가 비로소 예열을 끝냈다.

한국대표팀은 11일부터 시작된 슈퍼라운드서 도쿄 올림픽 출전권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호주나 대만보다 좋은 성적을 거두어야 한다.
호주에게는 이미 예선서 1승을 거두었다. 12일 대만과의 경기가 분수령이 될 듯. 16일 한일전에도 국민적 관심이 쏠려 있다.
‘달 감독(김경문 감독의 애칭)’이 또 한 번 일을 저질렀으면 한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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