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의료인 '1인 1개소법' 보완해야

김기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1.11 17:16

수정 2019.11.11 17:16

[특별기고] 의료인 '1인 1개소법' 보완해야
지난 8월 29일 헌법재판소는 5년여에 걸친 논란 끝에 '1인1개소법'을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1인1개소법은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운영할 수 없다"고 규정한 의료법 제33조 제8항을 일컫는 것으로 의료서비스가 상업적으로 왜곡되는 것을 막고 영리병원 도입을 견제하기 위한 장치로 중요한 역할을 해온 것이 사실이다.

헌법재판소는 책임 있는 의료행위를 통한 의료행위 질의 유지를 합헌 결정의 이유로 들었다. 또한 위 규정이 지나친 영리 추구로 인한 의료의 공공성 훼손과 의료서비스 수급 불균형을 방지하고, 소수의 의료인에 의한 독과점 및 의료시장의 양극화를 막기 위해 필요하다고 보았다. 그리고 의료의 중요성과 우리나라의 취약한 공공의료 실태, 의료기관의 운영이 국민 보건 전반에 미치는 영향,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의료를 제공해야 하는 사회 국가적 의무를 종합할 때 죄형법정주의, 과잉금지, 신뢰보호, 평등원칙의 위반이 없는 합헌 규정이라고 본 것이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의 이번 합헌 결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동 규정이 사실상 사문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 원인은 헌법재판소 결정 전인 지난 5월 30일 대법원은 1인1개소법을 위반한 의료기관에 대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행한 요양급여비용 환수 처분이 부적법하다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헌법재판소와 다른 판단을 한 것이다.

대법원은 판결의 주된 이유로 의료법상 의료인이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해 운영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으나, 그 의료기관도 의료기관 개설이 허용되는 의료인에 의해 개설됐다는 점에서 다른 의료기관과 본질적인 차이가 없고, 그 의료기관의 개설 명의자인 의료인이 한 진료행위도 국민건강보험법에서 정한 요양급여의 기준에 미달하거나 초과하는 등의 다른 사정이 없는 한 정상적인 의료기관의 개설자로서 하는 진료행위와 비교해 요양급여로서 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또한 1인1개소법을 위반해 개설·운영하는 의료기관에서 행한 의료행위에 대해 의료법상 처벌 규정이 없는 것도 판결의 근거로 두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대법원 판결의 충돌로 1인1개소법 위반 의료기관이 의료법상 위법하나 국민건강보험법에서는 사실상 적법하게 취급됨으로써 결과적으로 불법개설 의료기관의 운영을 허용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비의료인이 개설한 사무장병원은 국민건강보험법상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전액이 환수되며, 의료법상 개설허가가 취소(폐쇄)되고, 관련자는 형사처벌과 행정처분을 받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이번 대법원 판결로 1인1개소 위반 의료기관의 경우는 요양급여비용을 환수할 수 없고, 의료법상 개설허가 취소(폐쇄) 규정도 없어 운영을 방치할 수밖에 없다. 비록 형사처벌 규정은 있지만 대부분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등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조속한 법령보완 등 관리방안 마련이 필요한 이유이다.

1인1개소법의 입법취지는 의료인이 복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는 경우 발생하는 과잉·위임진료의 만연과 의료자원의 왜곡을 방지하고, 환자의 실질적 의료기관 선택권 보장과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이다.
의료의 공공성 향상과 건전한 의료질서 확립을 위해 당국은 개설 단계부터 사전진입을 방지하거나 위반자에 대해 처벌을 강화하는 방안 등 신속한 보완조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김대일 법무법인신율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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