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조국 겨눌 '미공개 정보 이용' 정경심 '닫힌 입' 관건

뉴스1

입력 2019.11.13 06:01

수정 2019.11.13 06:01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24일 오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News1 신웅수 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24일 오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News1 신웅수 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배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 News1 안은나 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배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손인해 기자 =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재판에 넘겨지면서 이제 검찰 수사는 조 전 장관을 직접 겨누게 됐다.

특히 검찰은 미공개 정보 이용을 포함해 정 교수의 사모펀드 비리 의혹 전반을 조 전 장관이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는지를 밝혀내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13일 정 교수에 대한 공소장에 따르면 정 교수는 2018년 1월부터 같은 해 11월까지 조 전 장관 5촌 조카 조모씨(36·구속기소)로부터 코스닥 상장사 더블유에프엠(WFM)의 호재성 미공개 정보를 미리 얻어 이 회사 주식 14만4304주를 7억1260만원에 차명으로 사들였다.

이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13만6772주는 2018년 1월 조씨로부터 "WFM이 차세대 2차 전지 음극소재 양산을 본격화하기 위해 군산 제1공장을 곧 가동할 예정"이라는 미공개 정보를 듣고 샀다.

검찰은 정 교수가 실제 군산공장 가동 예정 사실이 공개된 지난해 2월9일보다 앞서 조씨로부터 이같은 미공개 정보를 얻어 이 회사 주식을 사들이면서 총 2억8000만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득했다고 판단했다.

정 교수는 또 지난해 2월9일 서울 모처의 한 한정식 식당에서 조씨로부터 "다음주 화요일 자동차 부품연구원에서 WFM 음극재 평가실험을 한다는 뉴스가 나가면 주가 상승폭이 클 것"이라는 미공개 정보를 듣고 실제 해당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기 전날인 2018년 2월12일 이 회사 주식 3024주를 2139만원어치 사들였다. 특히 정 교수는 이때 자신이 평소에 이용하던 미용실 헤어디자이너 명의의 증권 계좌를 빌려 이 차명계좌를 이용해 주식을 매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해 11월엔 조씨로부터 "곧 중국 통신업체와 음극재 납품을 위한 MOU를 체결한다. WFM이 익성에 음극재를 공급하고, 익성이 중국에 음극재를 공급할 것"이라는 미공개 정보를 전달받고 이 정보가 공개되기 불과 5시간 전인 11월5일 오전 11시30분경 이 회사 주식 3508주를 1125만3085원에 매수했다. 11월9일 'WFM의 익성과의 단일판매·공급계약 체결' 내용이 공시되기 이틀 전엔 마찬가지로 단골 미용실 헤어디자이너 명의 계좌를 이용해 이 회사 주식 1000주를 305만원에 사들였다.

법조계에선 일단 정 교수가 조씨로부터 전해 들은 음극재 사업 추진 관련 내용 자체는 자본시장법상 이용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미공개 중요정보'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법 취지가 공개 이전의 추상적 단계에서 떠도는 정보의 이용을 막자는 것이기 때문에, 법이 규정한 기본 요건만 충족한다면 폭넓게 인정되는 추세라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판례도 미공개 정보를 '상장법인의 경영이나 재산상태, 영업실적 등 투자자의 투자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부정보로서 불특정 다수인이 알 수 있도록 공개되기 전의 것'으로 넓게 해석하고 있다.

미공개 정보 '이용'이 인정되기 위해선 정보가 거래 여부와 거래량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친 것 등이 종합적으로 인정돼야 하는데, 이 역시 검찰이 정보 '발화자'인 조씨의 관련 진술을 확보해 문제가 없다는 지적이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실제 금융감독원 등에서 고발 들어온 사건을 보면, 해당 정보가 공시 내지 공개됐을 때 주가에 영향을 줬던 게 맞다면 대부분 미공개 정보로 인정하는 경향"이라고 말했다.

다만 조 전 장관이 정 교수의 이같은 미공개 정보 이용 사실을 사전에 알고 함께 공모했다는 혐의를 입증하기까지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 교수가 받는 사모펀드 비리 혐의 가운데 '주식 헐값 매입' 의혹과 더불어 미공개 정보 이용이 조 전 장관의 뇌물 혐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은 법조계 일각에서 꾸준히 제기돼왔다.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인 2차전지 분야에 뛰어든 WFM이 조 전 장관의 민정수석이란 지위를 보고 주식을 시가보다 싸게 넘기거나 미공개 정보를 흘렸다는 논리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정 교수가 지난해 1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WFM 주식 12만주를 6억원에 차명으로 매입할 당시 조 전 장관 계좌에서 빠져나간 수천만원이 주식투자에 쓰였는지와 조 전 장관이 이를 인지하고 있었는지를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검찰 안팎에선 검찰이 정 교수가 조 전 장관이 미공개 정보 이용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는 내용을 직접 진술하지 않는 이상 조 전 장관에 대한 관련 혐의 적용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진술 외엔 정 교수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투자로 얻은 이익을 '경제적 공동체'인 조 전 장관과 공유했다는 객관적 단서를 확보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의혹 제기 이후로 줄곧 혐의 대부분을 부인해 온 정 교수 측은 전날도 검찰 공소장에 대해 "도저히 동의할 수 없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며 재판을 통해 진실을 가리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검찰이 기소한 공소장에는 사실과 사실이 아닌 것이 뒤섞여 있고, 법리에도 많은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정 교수는 구속 이후에도 건강상 이유로 소환에 불응하거나 조사 중단을 요청하며 검찰 수사에 협조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왔다.


한 현직 검사는 "조 전 장관의 미공개 정보 이용 혐의를 입증하려면 정 교수가 관련 진술을 해야 할 텐데 입을 열 이유가 없다"며 "부부관계에서 이익 공유 입증은 굉장히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