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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내년에 은행계좌 서비스 출시...금융에 발 딛어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1.14 14:12

수정 2019.11.14 14:12

아마존, 애플, 구글, 페이스북의 로고(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로이터뉴스1
아마존, 애플, 구글, 페이스북의 로고(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로이터뉴스1


[파이낸셜뉴스] 다른 IT 경쟁자들의 금융업 진출을 지켜보던 구글이 은행들과 손잡고 내년부터 은행계좌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구글은 금융업계 패권을 두고 기존 은행들과 다투기 보다는 계좌 서비스를 통해 더 많은 데이터를 모으고 구글만의 생태계 구성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현지시간) 구글이 '캐시'라는 프로젝트명으로 계좌 개설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으며 씨티그룹 및 스탠퍼드연방신용조합과 협력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스탠퍼드신용조합은 캘리포니아주 스탠퍼드 대학 내 금융업체로 규모는 작지만 임원들을 비롯해 상당수 구글 직원들이 해당 업체에 계좌를 가지고 있다.

시저 셍굽타 구글 부사장은 WSJ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은행 및 금융 체계와 깊이 있게 협력할 계획"이라며 "약간 더 먼 길이 되겠지만 보다 지속가능한 방식이다"라고 설명했다.

신문은 구글이 금융 서비스에 뛰어들면서 목표를 다소 낮게 잡았다고 진단했다.
경쟁업체인 애플은 이미 2014년 독자적인 결제시스템인 '애플페이'를 출시했으며 올 여름에는 신용카드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페이스북도 12일 발표에서 '페이스북 페이'를 선보였고 나아가 암호화폐 '리브라'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아마존 또한 구글같은 계좌 개설 서비스를 검토 중이다.

금융업계에서는 IT 기업들이 빠른 속도로 시장에 들어오면서 협력과 경쟁의 선택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애플은 카드 출시 광고에서 "은행이 아닌 애플이 디자인한 카드"라는 문구를 집어넣어 협력사인 골드만삭스의 불만을 샀다. 아울러 미 정부는 IT 업체의 빠른 확장을 주시하며 독과점 문제를 우려하고 있다.

구글은 이러한 시선을 의식해 최대한 은행과 함께 가겠다는 방침이다. 캐시 프로젝트를 살펴보면 새로 만들어지는 계좌는 구글 브랜드가 아닌 은행 브랜드로 출시된다. 동시에 구글은 자본 조달이나 금융 법규 등에 대해서도 은행 협력사에 일임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WSJ는 은행 계좌 자체가 이미 일상적인 물건이고 사람들이 자주 바꾸는 제품도 아니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 패턴이나 급여 수준 등 IT 기업 입장에서 유용한 정보가 많이 담겨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신문은 구글 회원들이 캐시 계좌를 이용해 구글 페이에 접근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구글은 2015년부터 운영하던 구글 지갑과 안드로이드 페이를 지난해부터 구글 페이로 합쳐 결제 시스템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영국 시장조사기관인 주니퍼리서치에 의하면 지난해 3900만명(애플 페이는 1억4000만명) 수준이었던 구글 페이 이용자는 내년에 1억명을 돌파할 예정이다.


WSJ는 구글과 협력하는 씨티그룹도 캐시 프로젝트로 이익을 얻는다고 분석했다. 씨티그룹은 대형 은행이기는 하나 JP모간같은 경쟁사에 비해서는 지점수가 부족한 편이다.
씨티 입장에서는 구글과 손을 잡으면서 장래에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카드를 신청할 수 있는 IT 친화적이면서도 젊은 고객들을 확보할 수 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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