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허세여도 괜찮아

박소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1.14 16:43

수정 2019.11.14 16:43

[기자수첩]허세여도 괜찮아
이딸라라는 브랜드가 있다. 핀란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인데 우리나라에선 주로 식기로 알려졌다. 로얄코펜하겐 같은 명품 식기로 분류된다.

이딸라의 상징은 영문 앞글자를 딴 'i'가 빨갛게 새겨진 로고다. 이 로고는 그릇에 새겨지지 않고 스티커 형식으로 붙어 나온다. 스티커를 떼도 누가 봐도 이딸라로 보이기 때문이라는 게 이 회사의 설명이다.


그런데 다른 나라보다 유독 한국에서 더 인기가 있는 아이템이 있다. 바로 이 로고가 새겨진 스티커다. 백화점 이딸라 매장에는 스티커만 따로 살 수 없느냐는 문의가 많다고 한다. 설거지 후 스티커가 벗겨지기 일쑤여서다. 우리 소비자들은 로고가 새겨진 스티커까지를 구매에 포함하는 것이다.

며칠 전 방문한 지인의 집에는 다이슨 청소기가 걸려 있었다. 밥을 해준다고 하다가 쌀을 조금 쏟았는데 구석에서 다른 브랜드 청소기를 들고 나와서 쌀을 빨아들인다. "다이슨 안 쓰고?"라는 물음에 "다이슨은 걸어놓는 것"이라는 대답을 받았다.

대학교 때 중고나라에서 샤넬이 아닌 '샤넬 쇼핑백'을 5만원에 사서 들고 다니는 것을 보면서 신기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우리는 브랜드에 관심이 많다. 또 유행하는 것, 재밌는 것은 해보거나 가져야 직성이 풀린다. 매주 추첨으로 정해지는 나이키 운동화를 얻기 위해 온 가족의 ID를 동원하기도 하고, 블루보틀이나 쉐이크쉑 버거 같은 유명 식음료 체인점이 들어오면 몇 시간 줄 서는 것쯤은 마다하지 않는다. 최근에는 한 래퍼가 '제발 사지 말라'고 마케팅한 후드티와 티셔츠가 하루 만에 4억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정말 역동적이다. '다이내믹 코리아'만큼 우리를 잘 설명하는 구호가 있을까.

이런 역동성 덕분에 많은 해외 브랜드들이 우리나라를 테스트베드로 삼고 있다.
특히 '저세상 가격'을 내세운 다이슨이 국내를 점령하자 발뮤다, 로라스타, 드롱기 등 해외 고급 브랜드들이 앞다퉈 한국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이들은 신제품을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공개하거나 한국 소비자 맞춤형 제품으로 구애하기도 한다.
그들에겐 매력적인 코리아다.

psy@fnnews.com 박소연 산업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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