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알리바바' 꿈꾸는 손정의, 'GAFA 대항마' 이해진과 동맹

야후·라인 경영통합 막판 줄다리기
통합땐 이용자 1억명 IT공룡 탄생
지분 50%씩… 孫회사가 지배사로
소프트뱅크에 라인 넘겨주나 우려

【 도쿄·서울=조은효 특파원 박소현 기자】 한·일 양국을 대표하는 IT업계의 거물 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 회장(한국명 손정의)과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1억 이용자'를 보유한 거대 스마트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각각의 자회사인 '야후'와 '라인'의 경영통합 문제를 놓고 막판 줄다리기 협상 중이다. 라인은 8200만명(일본 1위 모바일 메신저)의 이용자를 거느린 '일본의 국민 메신저'이고, 야후는 5000만명의 회원을 보유한 일본 제1의 포털업체다.

양사는 그간 간편결제 서비스인 라인페이(일본 내 가입자 3690만명)와 페이페이(1900만명)로 출혈경쟁에 가까운 맞대결을 펼쳐왔다. 이번 통합을 '적과의 동침'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이번 경영통합에 임하는 두 경영자의 노림수는 미묘하게 다른 것으로 파악된다. '저돌적 승부사'인 손 회장이 페이시장과 인터넷쇼핑의 몸집을 키워 '일본판 알리바바형' 사업모델을 지향한다면, 집요한 천착경영의 이해진 GIO는 이번 통합을 발판으로 이른바 'GAFA'로 불리는 미국의 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에 대항한 아시아 최대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야심찬 구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과감한 손정의…'日알리바바' 추구

"반성은 하지만 위축되진 않겠다." 손 회장은 지난 6일 반기 기준으로 약 7조원대 영업적자라는 참담한 경영성적표에도 자신의 확대경영 기조를 꺾을 의사가 없음을 재확인했다. 일본 모바일·IT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라인과 야후의 경영통합도 손 회장이 먼저 손을 내민 것으로 파악됐다.

14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일본판 알리바바'라는 손 회장의 꿈이 양사 간 경영통합의 밑바탕이 됐다며, 8200만명이란 확실한 고객기반을 가진 일본 1위 모바일 메신저 업체인 라인에 지속적으로 흥미를 가져왔다고 보도했다. 소프트뱅크의 한 간부는 닛케이에 "손 회장이 야후를 중심으로 일본에서 '알리바바'를 실현하려 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알리바바는 소프트뱅크그룹의 최대 투자처이자 손 회장의 최대 투자 성공사례로 평가되는 곳이다. 알리바바는 12억명의 결제서비스를 토대로 전자상거래 등 중국인의 생활과 관련된 모든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하는 최대 플랫폼이다. 야후 쇼핑몰(2위·일본 내 유통총액 2조3400억엔)은 일본 최대 온라인 쇼핑몰인 1위 라쿠텐(3조4000억엔)에 뒤져있는 데다 3위 아마존(1조5000억엔)의 맹추격을 받아왔다. 닛케이는 "알리바바의 모습이 손 회장을 촉발(자극)했을 것"이라면서 "이번 라인과의 통합으로 국내(일본 내) 인터넷 시장에서 존재감은 단번에 커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두 회사 통합 시 '스마트포털'이 탄생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IT와 금융이 융합된 핀테크와 소프트뱅크가 강조하는 인공지능(AI) 투자가 한번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집요한 이해진…GAFA 대항 플랫폼

이해진 GIO의 시야는 일본을 넘어섰다. 그는 최근 "네이버가 구글 등 제국주의에 저항해 살아남는 회사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힌 바 있다. '1억 이용자'란 거대 플랫폼을 통해 구글 등 미국 기업이 지배하는 글로벌 IT업계에 도전장을 내밀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네이버는 이번 협상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은 인정했으나, 최대한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이번 통합협상엔 다소 민감한 부분이 잠재해 있다. 경영통합의 지분구조 탓이다.

한국 네이버와 일본기업 소프트뱅크가 지분 50%씩 투자해 새 법인을 만들고, 이 회사 산하에 소프트뱅크의 자회사인 Z홀딩스를 두고 다시 그 아래 라인과 야후를 놓겠다는 것인데, 두 회사를 직접 지배하는 회사가 소프트뱅크의 자회사(Z홀딩스)라는 점에서 이번 통합이 자칫 '잘 키운' 라인을 일본 기업 소프트뱅크에 넘겨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시각도 있기 때문이다.


일본 현지에선 성장의 한계에 다다른 라인이 돌파구를 찾기 위해 소프트뱅크와 손잡은 것이란 해석도 내놓고 있다. 라인은 최근 일본 내 각종 '페이'들과 출혈경쟁을 벌여온 탓에 올 9월까지 339억엔의 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과거 2000년대 이해진 GIO가 야후재팬에 밀려 네이버재팬 사업을 접고, 설욕전 끝에 거머쥔 게 라인이기 때문에 단기실적 악화라는 한 가지 이유만으로 이번 통합의 배경을 설명하는 건 무리가 있어 보인다.

ehcho@fnnews.com 조은효 박소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