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워크 추락'으로 위기 몰린 손정의…韓 기업과 亞 시장 '승부수'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이수호 기자 = "이 정도의 적자를 낸 것은 창업 이후 처음이다. 그야말로 폭풍우 상황이다."

미국 '위워크'의 버블논란으로 직격탄을 맞고 최근 반기 기준 15년 만에 적자를 낸 소프트뱅크 그룹 손정의 회장의 토로다.

손 회장이 출범한 세계 최대 기술투자펀드 '비전펀드'가 투자한 우버와 위워크 등 비상장 스타트업이 '속빈 강정'으로 전락한 탓이다. 전세계 혁신을 주도하는 비전펀드의 대규모 영업손실로 소프트뱅크는 올해 3·4분기(7~9월) 7조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했다. '투자의 귀재'로 통하는 손정의 회장은 전세계 IT 버블논란까지 일으키며 수세에 몰렸다.

결국 월가의 눈 밖에 난 손 회장은 적자 늪에 빠진 글로벌 유니콘 기업 대신 '적과의 동침'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우버와 위워크 등 신생 기업에 대한 투자로 막대한 손실을 본 손 회장이 '알짜' 라인과의 결합을 통해 이용자수만 1억명이 넘는 '메가 플랫폼'으로 아시아 기술 패권에 도전장을 냈다는 분석이다.

◇PC 1위 '야후재팬'+모바일 1위 '라인'…1억 이용자로 제2의 알리바바?

지난 13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 라인과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자회사인 야후재팬이 경영통합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대해 네이버는 전날 공시를 통해 "공식 발표가 아니고, 검토 중"이라고 밝혔지만 일본 닛케이는 "야후와 라인의 만남으로 손 회장은 중국 알리바바 규모의 스케일을 추구할 것"이라고 전망하며 양사의 공동경영체제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관련업계에선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50%씩 출자해 조인트벤처를 설립, 야후와 라인을 100% 자회사로 둔 Z홀딩스가 조인트벤처 아래에 놓이는 방식이 거론된다. 지분구조가 50:50으로 예상되는 만큼, 양사가 대등한 입장에서 '공동경영'으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라인과 야후재팬 경영 통합이 이뤄지면 1억명이 넘는 사용자 기반을 갖춘 일본 최대 인터넷 플랫폼이 출범한다. 현재 일본 내 라인 이용자는 8000만명, 야후재팬 이용자는 5000만명에 달한다. 핵심 서비스인 검색, 메신저뿐 아니라 쇼핑, 간편결제, 인공지능(AI) 등 모든 인터넷 영역을 아우른다.

특히 간편결제 등 핀테크 분야에서 규모의 경제 효과가 기대된다. 양'사는 각각 '라인페이', '페이페이'로 일본 간편결제 시장에서 출혈경쟁을 벌여왔다.

이번 경영통합 전략으로 양사는 규모의 경제로 출혈경쟁을 자제하고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골리앗에 맞설 토대를 마련한 셈이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신성장동력으로 키우는 AI 영역에서도 협력이 예상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는 "금융과 소매를 결합한 1억명 규모 서비스가 탄생하면서 일본 내 인터넷 산업의 판도가 크게 바뀔 것"이라며 "아시아를 무대로 미국이나 중국 디지털 플랫폼 세력에 대항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위워크부터 우버까지…위기의 손정의, 亞 핀테크 거물로 발돋움?

관련업계에선 손 회장이 라인과의 '혈맹'을 통해 위워크로 촉발된 비전펀드의 '무용론'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비전펀드는 소프트뱅크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와 주도해 조성한 기술투자펀드다. 손 회장은 지난 2017년 1000억달러(약 116조원) 규모의 비전펀드를 만들었다. 위워크와 우버, 디디추싱, 쿠팡 등을 비롯해 지난 9월 말 기준 소프트뱅크는 88개 기업에 총 707억달러(약 81조7292억원)를 투자한 것으로 파악된다.

문제는 이같은 뭉칫돈 투자에도 불구하고 이들 기업이 대부분 큰폭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다. 소프트뱅크의 대표 투자처인 우버는 지난 상반기에 12억 달러의 적자를 내 결국 소프트뱅크가 50억 달러의 투자금을 추가 투입한 바 있다. 이로인해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비전펀드발(發) 위기론'이 고조되면서 손 회장의 명성에도 금이 간 상태다.

이때문에 손 회장이 '적과의 동침'까지 불사하며 상당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는 라인과 경영통합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일본은 물론, 아시아 핀테크 시장도 노린다. 당장 내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있는 일본 정부가 '현금없는 사회'를 슬로건으로 내걸며 업계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현재 양사의 주력인 메신저와 검색 서비스뿐만 아니라 핀테크, 전자상거래, 콘텐츠, 인공지능(AI) 등으로 협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실제 손 회장은 지난 6월 자회사 Z홀딩스에 이동통신사업을 맡기고 9월 들어 온라인 의류업체 ZOZO 인수에 4조원의 뭉칫돈을 투입하며 모바일 전자상거래 사업 확장에도 나섰다.

인터넷업계 고위 관계자는 "사실 벤처업계에선 이미 수년전부터 소프트뱅크의 라인 투자를 예고했을 정도로 최근 소프트뱅크의 모바일 플랫폼 진출 의지가 강한 상태"라며 "단순 경영통합이 아니라 네이버가 숙원하던 일본 내 검색사업을 야후로 내주고, 대신 손 회장이 네이버의 국내 금융사업 등을 받을 것으로 보여 또 다른 제휴 소식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