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빌려쓰는 자전거라고 막 다루나요?.. 따릉이 수난시대 [당신의 양심]

이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1.16 10:30

수정 2019.11.16 10:30

고장은 기본, 미아 따릉이까지.. 관내 수리센터 '포화상태'
여의도공원 한복판에 누워있는 따릉이 / 사진=정호진 기자
여의도공원 한복판에 누워있는 따릉이 / 사진=정호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편집자주 자신의 행위에 대해 옳고 그름의 판단을 내리는 도덕적 의식, 당신의 '양심'은 어디쯤에 있나요?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가 인기입니다. 시내 어디서든 따릉이를 타고 도로를 누비는 사람들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지난 2015년 본격 운영을 시작한 따릉이는 하루 평균 이용자가 매년 약 2배 정도씩 증가하며 서울의 명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하루 평균 따릉이 탑승자는 5만2000여명으로 지난 2018년 대비 1.9배나 증가했다고 합니다. 2100대로 첫 운영을 시작한 따릉이는 4년 만에 2만5000대로 그 규모만 12배 이상 확대됐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손과 발을 거치는 만큼 고장도 분실도 잦다는데요. 일정 요금을 부담하고 사용한다고 해도 '내 것'이 아니라는 인식 때문에 험하게 다루는 이용자들이 많은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을 누비는 따릉이들의 상태가 어떤지 알아보기 위해 대여소를 돌아봤습니다.

■ 단말기 고장, 바구니엔 쓰레기.. '미아 따릉이'까지

단말기 액정의 스크래치 (좌) 바구니에 담긴 쓰레기들 (우) / 사진=이혜진 기자
단말기 액정의 스크래치 (좌) 바구니에 담긴 쓰레기들 (우) / 사진=이혜진 기자

서울 영등포구 한강공원 인근 대여소를 찾았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단말기 액정의 스크래치였습니다. 액정을 뒤덮은 스크래치로 인해 화면의 글씨가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스크래치 때문에 훼손이 심한 일부 단말기는 비밀번호 입력도 되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따릉이 바구니에도 비양심이 가득했습니다. 자전거 이용 시 짐 보관을 위해 만들어진 바구니에는 근처 한강공원에서 나눠주는 전단지부터 생수병, 과자 박스까지 다양한 생활쓰레기가 담겨 있었습니다.

한강공원으로 향하던 중 발견한 따릉이 (위) 퇴근길 버스정류장에서 발견한 따릉이 (아래) / 사진=이혜진 기자
한강공원으로 향하던 중 발견한 따릉이 (위) 퇴근길 버스정류장에서 발견한 따릉이 (아래) / 사진=이혜진 기자

길 잃은 '미아 따릉이'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취재를 위해 한강공원으로 향하던 중 정말 뜬금없는 장소에 놓인 따릉이를 발견했습니다. 바구니에 쓰레기들이 담긴 것을 보니 사용 중 잠시 세워둔 자전거도 아닌 것 같았습니다. 몇 분을 지켜봤지만 주인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같은날 여의도공원에서도 길을 잃고 쓰러져있는 따릉이를 목격했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이 밖에도 따릉이끼리 연결거치(자전거 거치대에 거치하는 것이 아닌 자전거끼리 거치하는 방식)할 때 사용되는 '연결선'이 훼손된 자전거, 페달이나 기어가 잘 돌아가지 않는 자전거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한편, '미아 따릉이'들은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닙니다. 지난해 말부터 단말기나 거치대를 훼손해 따릉이를 훔쳐 타는 방법이 일부 청소년 사이에서 암암리에 공유됐습니다. 사실상 '절도'와도 같은 행동이 학생들 사이에 영웅놀이처럼 번진 것이죠. 이와 관련, 지난 10월까지 총 56건의 경찰 조사가 진행됐을 정도라고 합니다.

■ 수리센터는 '포화상태'.. "따릉이를 아껴주세요"

여의도의 한 대여소에 거치된 따릉이들이 넘어져있다 / 사진=이혜진 기자
여의도의 한 대여소에 거치된 따릉이들이 넘어져있다 / 사진=이혜진 기자

이렇게 고장난 따릉이는 서울시설공단 산하 공공자전거 관리소에서 치료(?)를 받게 됩니다. 서울시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6년 1만6688건이었던 따릉이 고장 건수는 2018년 5만9571건으로 2년간 3.5배가량 증가했습니다. 올해 8월까지 발생한 고장 건수(5만1658건)는 지난해 총 고장건수와 맞먹을 정도입니다. 이용자가 많아진 만큼이나 고장난 따릉이도 늘어난 것입니다.

정비원들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고장난 따릉이를 손보고 있지만 정비원 한 명이 하루에 고칠 수 있는 자전거는 10~15대 정도입니다. 정의당 권수정 서울시의원에 따르면 따릉이가 10배로 늘어나는 동안 배송, 정비 인력은 단 두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때문에 수리센터에는 고장난 자전거가 쌓이고 있는 상태입니다. 공공자전거관리소에서 수리를 모두 감당할 수 없게 되자 서울시는 '따릉이포'를 모집해 민간에 정비 일부를 위탁하기도 했습니다.

서울시가 도입 예정인 신형 따릉이 단말기 / 사진=서울특별시
서울시가 도입 예정인 신형 따릉이 단말기 / 사진=서울특별시

따릉이 측도 자전거 방치와 무단 이용을 막기 위해 대책을 내놨습니다. 이용 후 제대로 거치하지 않으면 초과요금을 부과하고, 이를 한 번만 위반해도 이용금지 조치를 내릴 예정입니다.
무단 이용 시에는 높은 데시벨의 경고음을 송출하는 기능을 탑재하고, 실시간 위치 추적이 가능한 신형 단말기로 순차 교체해 도난을 막을 계획입니다.

서울시는 "따릉이는 시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서울시민의 공공재산이다"라면서 "시민 여러분께서 내 것처럼 아껴주시고 사용해 주길 바란다"는 당부의 말을 전했습니다.
시민들의 손과 발이 되어주는 편리한 공공 자전거의 운명은 결국 이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양심'에 달린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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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set@fnnews.com 이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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