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센텀 있어빌리티

정용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1.16 09:00

수정 2019.11.16 08:59

[기자수첩] 센텀 있어빌리티

[파이낸셜뉴스] 이것은 실화다. 과거 센텀시티에서 겪은 에피소드를 꺼내본다. 당시 기자는 벡스코에서 열린 '제1회 부산국제모터쇼'를 보기 위해 부산을 처음 찾았다. 기자와 친구는 어찌어찌 버스를 타고 벡스코를 찾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저 멀리 벡스코가 보였다. 흥분한 우리는 두 말없이 냅다 내려버렸다.
그리곤 한참을 걸어가야 했다. 버스가 벡스코 바로 앞까지 가는데도 불구하고 확인도 없이 내린 것이다. 당시 일이 얼마나 웃겼던지 지금도 센텀시티를 지낼 때면 그때 일이 떠올라 실없이 웃고 만다.

기억을 더듬으면, 당시 센텀시티 주변이 황톳빛 허허벌판이었고 상당한 거리에서도 벡스코가 보였던 것으로 보아, 산업단지 개발을 위한 땅다지기를 막 마친 시기였던 거 같다. 그랬던 곳이 지금은 약 1만 명이 거주하는 고급 주거지로 변모했다. 고층건물 사이에 위치한 벡스코는 센터시티의 중심이 됐다. 도로, 지하철, 수영만 요트장 등 기반 시설도 잘 닦여있고 거기다 세계 최대 양대 백화점과 각종 문화시설이 센텀시티로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센텀시티의 위상은 부산 곳곳에서 볼 수 있다. 그 단적은 예는 간판이다. 오리지널 센텀시티인 해운대구 우동, 재송동 일원에는 '센텀'이 들어가지 않은 상호명과 아파트명을 찾기 어렵다. 그뿐이랴. 이웃한 중동, 반여동, 수영구 민락동, 연제구 연산동, 동래구 안락동까지 센텀이 들어간 곳은 수두룩하다. 시야를 넓혀 보면 부산 전역에 센텀부동산, 센텀마트, 센텀스크린골프, 센텀의원, 센텀세탁소,, 센텀주유소, 센텀빌딩이 있다. 명지국제신도시에는 센텀유치원도 있다. 굳이 통계를 내보진 않겠다, 업종과 지역 상관없이 센텀이 들어간 상호는 흔하다. 전국적으로 인기 상호인 '강남'이나 '삼성'과 견주어도 빠지지 않는 대명사가 됐다. 간판에 센텀을 달면 '있어빌리티' 한 걸까.

그럼 ‘센텀 프리미엄’은 언제 형성됐을까. 센텀시티 부지가 1996년 이전까지 수영비행장이었던 건 익히 알고 있다. 주목할 시기는 2000년 5월 들어 부산시가 일반인 명칭 공모를 통해 부산정보단지를 센텀시티로 이름을 바꾼 점이다. 이 시기 시는 기업유치가 시원치 않자 토지이용계획을 바꾸고 토지 대부분을 건설사에 팔아넘겼다.
건설자본은 아파트를 위시한 고급 주거와 상업시설을 잇따라지었고, 이때부터 세련되고 고급 이미지가 더해져 프리미엄이 형성된 게 아닐까 짐작한다.

앞으로도 센텀시티의 화려한 명성은 계속 이어질 것 같다.
국토교통부의 조정대상구역 해제 이후 센텀시티의 아파트값 상승을 보면 매우 뚜렷하다. 그나저나 센텀시티 명칭공모에 당선된 이은 이제 동남권 최고의 작명가가 된 건가.

demiana@fnnews.com 정용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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