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외교/통일

북미대화 반색하는 北..한국엔 금강산 시설 철거 협박

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1.15 14:16

수정 2019.11.15 14:16

김영철·김명길 담화 통해 北美 대화 '반색'
北, 연합훈련 중단 등 적대시 정책 철회 요구
정부에는 금강산 시설 강제·일방적 철거 협박
美와는 대화 물꼬 트고 韓에는 민족공조 압박
금강산관광지구 시찰에 나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모습 (사진=노동신문 캡처) /사진=뉴시스
금강산관광지구 시찰에 나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모습 (사진=노동신문 캡처)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에 반색을 하고 나선 가운데 우리 정부를 상대로는 금강산 관광지구의 시설을 일방적으로 철거하겠다는 통보를 하는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과는 대화를 통해 대북제재 문제에 접근하는 한편 우리 정부에는 민족공조를 협박하는 모양새다.

지난 14일 늦은 오후 김영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은 담화를 통해 마크 에스퍼 미 국방부 장관의 한·미 연합군사훈련의 규모 조정 발언을 언급, 이를 "대화의 동력을 살리려는 미국의 긍정적 노력의 일환"이라고 평가하고, 연습 자체의 완전 중단을 촉구했다.

김영철 위원장의 담화 전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 역시 "임의의 장소에서 임의의 시간에 미국과 마주 앉을 용의가 있다"면서 순식간에 휴지장이 될 수 있는 종전선언·연락사무소 설치가 아닌 근본적 해결책, 즉 '대(對)조선 적대시 정책 철회'를 강조했다.

미 정부 차원에서 완연한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관계를 복원하기 위한 카드로 한·미 연합훈련을 쓸 수 있다는 것을 자신들 식으로만 해석한 채 이를 반기고 나선 것이다. 그동안 북한은 이 훈련에 대해 '침략적 흉심'이 있다고 규정하며 북·미 신뢰관계 구축을 위해 중단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한 바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연내 미국과의 정상회담을 하자는 입장을 밝혔고, 연말이 다가오면서 북한은 이 연내 시한에 조급증을 보이며 미국에 새로운 셈법을 가져올 것을 압박한 바 있다.

북한은 이번 에스퍼 장관의 발언을 훈련 중단으로 연결시켜 '새로운 해법'으로 만들고 이를 통해 미국과의 직접 대화를 요구하고 나설 것으로 보인다. 또 이 대화를 통해 본질적 요구사항인 대북제재 해소 및 완화를 미국으로부터 얻어낼 전략을 펼 가능성이 높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오른쪽)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청와대 제공) /사진=뉴스1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오른쪽)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청와대 제공) /사진=뉴스1
북한이 하룻밤 사이에 김영철·김명길 두 사람의 담화를 낸 것은 연말 시한 근접에 초조함을 느끼고, 미국과 대화를 이끌어내 가능한한 3차 북·미 정상회담, 적어도 북·미 간 접촉을 통해 정상회담으로 가는 길을 열기 위한 의도로 읽힌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북한은 기본적으로 한·미를 이간질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고 미국과는 대화를 통해 한·미 연합훈련 중지, 더 나아가 대북제재 문제에 접근하려 할 것이고 우리 정분에는 민족공조를 내세우는 압박전략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북한은 우리 정부에 대해서는 강력한 압박 정책을 펴고 있다. 15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5일 '금강산은 북과 남의 공유물이 아니다'라는 논평을 통해 금강산을 우리식으로 훌륭하게 개발할 것이라면서 "금강산 관광 개발에 남조선이 끼어들 자리가 없다"고 밝혔다.

이날 북한의 일방적 공개는 지난달 23일 김 위원장이 금강산 현지지도에서 "남루한 남측 시설물들을 (금강산에서) 싹 들어내라"는 지시에 이은 것으로, 통신은 "언제까지 통지문만 주고받으며 허송세월할 수 없다"며 "철거에 응하지 않으면 강제 철거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통신은 "11일 남조선 당국이 부질없는 주장을 계속 고집한다면 시설철거를 포기한것으로 간주하고 일방적으로 철거를 단행하는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최후통첩을 보냈다"고 밝혀 정부가 남북협의 과정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조진구 경남대 교수는 "대북제재로 외화가 차단된 상태에서 이를 벌충하기 위한 돌파구로 관광사업을 하겠다는 김 의원장의 의지가 큰데, 대북제재의 틀 속에서 움직일 수밖에 없는 정부가 전향적 모습을 보여주지 않자 결국 독자개발을 하겠다는 강경책을 쓴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 교수는 "최고지도자인 김 위원장의 입을 통해 금강산 철수가 이미 거론됐고, 이번 보도가 나온 만큼 북한의 일방적 금강산 철수는 돌이킬 수 없게 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정부 입장에서도 특별한 대응책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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