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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새로운 불씨 된 'IS 강제 송환'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1.15 17:07

수정 2019.11.15 17:51

[월드리포트] 새로운 불씨 된 'IS 강제 송환'
터키 정부는 지난 11일(현지시간) 본격적으로 관리 중인 이슬람국가(IS)의 외국인 가담자들을 고향으로 돌려보내기 시작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다음 날 발표에서 "문들이 열릴 것이고, 계속해서 IS 대원들을 보낼 것이다. 이들을 받아들이든 데려가지 않든지 간에 우리는 신경쓰지 않는다"고 못을 박았다. 그동안 IS에 합류한 자국민들을 애써 외면했던 국가들, 특히 유럽 국가들은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들은 놀라지 않았으나 거세게 반발했다. 이미 예상했던 결과였지만 고국으로 돌아오는 문제아들을 해결할 방법이 여전히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 6월 탄생해 올해 3월 표면적으로 사라진 IS는 약 5년에 걸쳐 수많은 외국인을 끌어모았다. 공식 수치는 파악되지 않았으나 영국 싱크탱크인 국제급진주의연구센터(ICSR)는 지난해 7월 발표에서 IS 건국 이후 세계 80개국에서 4만1490명의 외국인이 IS로 몰려갔다고 추정했다. 이 중 45%는 중동 및 북아프리카에서 출발했고, 동유럽과 서유럽 국적을 가진 이들도 각각 17%와 14%에 달했다. IS에 가담한 미국인은 272명으로 전체 외국인의 0.6%였다. 한국인 가담자는 2015년 김모군 1명으로 집계됐다. 가담자 가운데는 실제로 총과 폭탄을 들고 연합군과 싸우기 위해 IS로 향한 이들도 있었지만 단순히 IS가 주장한 이상적인 이슬람 국가에서 살기 위해 이주한 사람도 많았다. 시리아의 IS 수용소에는 증거는 없지만 자신이 단순히 요리사나 운전기사였다고 주장하는 IS 가담자가 적지 않고 전투와 상관없이 가족 때문에 IS 영토에 머물렀던 여성과 어린이도 많다. 외국 국적의 가담자 가운데 730명은 IS 점령지에서 태어난 아이들이었다.

물론 세계 각국은 이런 상황을 보고만 있지 않았다. 전체 가담자 가운데 7366명이 이미 암암리에 송환 등의 형식으로 고향에 돌아갔다. IS의 테러 공격을 당했던 서유럽 국가들은 사회에 위협이 되지 않는 어린이를 중심으로 자국민을 데려왔으며 귀환한 1766명 가운데 47%는 미성년자였다.

문제는 터키가 무차별 송환을 선언했다는 점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현재 터키에 수용된 IS 가담자는 1201명으로 이 중 수백명이 유럽 출신 외국인이다. 미국 싱크탱크인 국제폭력극단주의연구센터(ICSVE)는 이외에도 올해 3월 기준으로 시리아 북부의 쿠르드족 자치정부 수용소에 약 8000명의 가담자가 잡혀있으며 이라크에도 2만여명의 IS 죄수가 있다고 파악했다. 이 중 외국인은 각각 2000명, 1000명으로 추정된다. 지난달 시리아 북부를 침공해 쿠르드족을 몰아낸 터키는 그간 쿠르드가 관리하던 인원까지 떠맡게 됐고, 마침내 강제 송환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유럽 국가들은 해묵은 빚을 눈앞에 두고 고민에 빠졌다. 영국은 이중국적 가담자의 영국 국적을 박탈하는 강수를 두긴 했지만 국제법상 특정 국민을 일부러 무국적자로 만드는 행위가 불법이다 보니 국적 박탈에는 한계가 있다. 서방 국가들은 앞서 이라크 정부에 관리를 요청하기도 했으나 막대한 관리비 청구서에 고개를 저었다.
그렇다고 터키와 시리아 사이에 끼어 당장 앞날이 불투명한 쿠르드에 계속 관리를 맡겼다가는 대량 탈출이나 테러리스트 육성을 부추기는 결과를 맞을 수도 있다. 이에 유럽 싱크탱크인 유럽외교관계협회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유럽이 직접 가담자들을 데려와 공정한 재판을 거쳐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분석했다.
과연 유럽 정부가 국민의 따가운 눈총에도 불구하고 주홍글씨가 새겨진 가족들을 다시 흡수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pjw@fnnews.com 박종원 글로벌콘텐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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