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몽니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얼마 전 "너절한 남측 시설을 싹 들어내라"고 지시할 때부터 예견됐었다. 북한 체제의 특성상 '최고 존엄'이 명령하면 번복하기 어렵다는 게 문제다. 북핵 문제와 관련한 유엔 제재를 우회하는 '창의적 해법'을 고심 중인 문재인정부를 향해 "두 손을 비벼댄들 소용없다"고 막말을 할 정도니 말이다.
18일 현대아산과 북한 아태평화위원회가 합의해 금강산 관광을 시작한 지 21돌을 맞는다. 북측이 시설 철거를 강행한다면 현대아산은 계약기간이 30년 남았는데 막대한 투자금을 죄다 날릴 판이다. 이는 명백한 합의 위반이다. 백번 양보해 북한 입장에서 보면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한 금강산 단체관광이 유엔 제재로 어렵게 되자 중국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복안일 것이다. 그러나 북측이 비핵화 의지를 보이면서 풀 생각은 않고 글로벌 상거래 규범을 어기면서 억지를 부리는 꼴이다.
북한이 최후통첩을 보냈는데도 정부 당국자들이 며칠간 이를 쉬쉬한 것도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할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만나는 등 사태 수습에 골몰했지만, 북측은 "귀머거리냐"며 최후통첩 사실을 공개했다. 그렇다면 남북 경협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도 우리 민간기업의 재산권을 명백히 훼손하는 반칙까지 용인하는 저자세는 곤란하다. 북측의 일방통행을 무작정 감싸는 데 급급하다 남북의 경제적 상생은커녕 북핵문제 해결도 더 요원해지는 우를 범해선 안 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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