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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게임의 역습"…'역대 최대' 지스타, 업계에 남긴 고민도 '역대급'

뉴스1

입력 2019.11.18 06:31

수정 2019.11.18 06:31

지난 14일부터 17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된 게임박람회 '지스타 2019'© 뉴스1
지난 14일부터 17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된 게임박람회 '지스타 2019'© 뉴스1


16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게임박람회 '지스타 2019' 슈퍼셀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브롤스타즈' 경기를 지켜보며 응원하고 있다.© 뉴스1
16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게임박람회 '지스타 2019' 슈퍼셀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브롤스타즈' 경기를 지켜보며 응원하고 있다.© 뉴스1


14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열린 '지스타 2019' 펄어비스 부스가 관람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2019.11.14/뉴스1 © News1 여주연 기자
14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열린 '지스타 2019' 펄어비스 부스가 관람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2019.11.14/뉴스1 © News1 여주연 기자


14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열린 '지스타 2019'가 관람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2019.11.14/뉴스1 © News1 여주연 기자
14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열린 '지스타 2019'가 관람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2019.11.14/뉴스1 © News1 여주연 기자


'지스타 2019' LG유플러스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클라우드 게임밍 서비스 '지포스 나우'를 통해 게임을 체험하고 있다.© 뉴스1
'지스타 2019' LG유플러스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클라우드 게임밍 서비스 '지포스 나우'를 통해 게임을 체험하고 있다.
© 뉴스1

(서울=뉴스1) 남도영 기자 = 지난 14일부터 나흘간 대한민국 '겜심(心)'을 흔든 국내 최대 게임쇼 '지스타 2019'가 24만4000여 명의 역대 최다 관람객을 불러 모으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올해 지스타는 36개국 691개사가 3208부스로 참여해 규모면에서도 역대급 행사였다. 특히 4년 만에 게임산업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의 박양우 장관이 현장을 직접 찾아 업계를 격려하고 산업 진흥을 위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해 의미를 더했다.

이렇듯 외형적으로 보면 올해 지스타는 괄목할 성과를 거뒀지만 행사 내면을 들여다 보면 국내 게임산업이 겪고 있는 고민들이 깊숙이 묻어 있었다.

◇중국 게임의 역습…메인 스폰서부터 부스 인기까지 달라진 '위상' 절감

올해 지스타의 간판이 메인 스폰서는 핀란드 게임사 '슈퍼셀'이 맡았다. 이 회사는 자사의 인기 게임인 '브롤스타즈'를 대대적으로 홍보해 주 이용자층인 유치원생, 초등학생과 부모들이 함께 행사장을 찾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하지만 슈퍼셀은 중국 텐센트가 지분 84%를 가진 자회사로, 역시 텐센트가 최대주주인 지난해 메인 스폰서 에픽게임즈에 이어 2년 연속 중국 자본이 지스타를 잠식했다는 비난 여론을 피할 수 없었다.

올해 전시장에서 느껴진 중국 게임 열풍은 국내 게임사들의 고민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 과거 중국 게임들이 퀄리티 낮은 양산형 게임으로 물량공세를 펼치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완성도까지 갖춘 게임들로 국산 게임을 밀어내고 매출 순위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행사에서 중앙 출입구 등 전시장 핵심부를 차지한 미효요와 IGG, XD글로벌 등 중국 게임사들의 대형 부스에는 행사 내내 관람객들의 발길 끊이지 않았다. 중국 게임사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은 이들의 신작 게임 발표에 열광하며 이미 중국 게임 열풍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단단한 '팬덤'으로 넘어가고 있음을 보여줬다.

반면 국산 게임의 중국 진출을 막고 있는 '판호' 문제는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판호는 중국 내 게임 서비스를 위한 일종의 허가권을 말한다. 중국 정부는 사드 갈등 여파로 지난 2017년 이후로 국산 게임에 판호를 발급해주지 않고 있다.

박양우 장관을 비롯한 정부는 판호 발급 발급에 대해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업계에선 아직 한 치 앞을 알 수 없다는 반응이다. 지난 13일 지스타에 앞서 열린 '2019 대한민국 게임대상' 행사장을 찾은 권영식 넷마블 대표는 "판호 문제가 어떻게 될지 예측 불가"라며 "중국 시장이 어떨지 감이 오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신작 기근' 시름하는 국내 게임사…펄어비스·넷마블 자존심 수호


중국 게임의 침투와 함께 올해 게임업계를 괴롭힌 또 하나의 변수는 주52시간 근무제였다. 게임산업의 흐름이 수명 주기가 짧은 모바일 게임으로 넘어왔지만 근로시간 단축으로 개발 기간과 비용은 오히려 더 늘어난 상황이다. 이로 인해 올해 지스타에는 국내 게임사들의 '신작 기근'이 반영됐다. 특히 매년 대거 신작을 발표하며 분위기를 이끌던 넥슨마저 불참하기로 결정하면서 이런 업계 분위기를 실감하게 했다.

이런 지스타 분위기를 살린 건 첫 참가에 '다크호스'로 떠오른 펄어비스였다. 펄어비스는 지스타 현장에서 검은사막의 뒤를 이를 '섀도우아레나', '붉은사막', '도깨비', '플랜8' 등 신작 4종을 공개하며 행사 분위기를 달궜다. 신작의 완성도나 부스 운영, 볼거리 등 펄어비스는 다방면에서 이번 행사의 주역다운 모습을 보이며 올해 지스타를 '펄스타'로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게임업계 '빅3' 중 유일하게 참가한 넷마블도 'A3: 스틸 얼라이브', '매직: 마나스트라이크', '세븐나이츠 레볼루션', '제2의 나라' 등 4개 신작을 공개했다. 넷마블은 참가 업체 중 가장 많은 250여개 시연대에 관람객들을 연일 줄세우며 자존심을 지켰다. 이번 행사에 공개한 신작들은 저마다 호평을 받으며 넷마들의 내년 전망을 밝게 했다.

직접 행사장을 찾아 부스를 챙긴 방준혁 넷마블 의장은 "과거 게임을 빠르게 내놓아 장르를 선점하는 전략이 있었다면 이제는 근무환경 등 여러 가지 문제로 예전처럼 속도를 경쟁력으로 게임사업을 진행할 수 없다"며 "이제는 웰메이드 게임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탈장르·탈플랫폼 가속…'클라우드' 5G 시대 새로운 대안으로

올해 지스타는 게임사들에게 탈장르·탈플랫폼에 대한 고민도 안겨줬다. 최근 사업 환경이 악화되자 국내 게임사들은 규모를 막론하고 천편일률적인 '양산형'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에만 쏠리고 있다. 이용자들은 이런 양산형 온라인 게임에 피로감을 느끼며 완성도가 높은 콘솔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펄어비스는 대세인 모바일 대신 PC와 콘솔 장르 개발에 주력하는 방향을 취했다. 검은사막의 뒤를 이를 플래그십 MMORPG '붉은사막'을 필두로 50명의 이용자가 경쟁해 최후의 1인을 가리는 근접전 형태의 '액션 배틀 로얄' 게임 '섀도우 아레나', '카운터 스트라이크'의 개발자로 유명한 민 리(Minh Le)가 함께 개발 중인 슈팅게임 '플랜 8',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수집형 오픈월드 MMO 게임 '도깨비' 등 개성이 뚜렷한 게임들을 준비 중이다.

정경인 펄어비스 대표는 "펄어비스는 검은사막으로 PC 온라인뿐 아니라 모바일, 콘솔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전세계 게이머들에게 하나로 연결된 경험을 선사해 왔다"며 "펄어비스의 새로운 도전을 담은 신작을 전 세계 게이머들에게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작'을 벗어나 '퀄리티'로 승부하겠다고 나선 넷마블도 기존 MMOPRG에 배틀로얄 장르를 섞은 'A3: 스틸 얼라이브'에 기대를 걸고 있다. 내년 1분기 출시를 예고한 A3는 'PK', 'PvP' 등 이용자간 대결에 초점을 맞춰 과금을 통해 캐릭터 가치를 끌어올리는 기존 MMORPG와 차별화를 뒀다.

방준혁 의장은 "모바일게임 장르로 현재 MMORPG는 한계에 봉착했다"며 "이제는 다양한 장르에 도전해야하고, 장르 융합도 절실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LG유플러스는 5세대(5G) 이동통신 기반의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 '지포스 나우'를 전시했다. 현장에선 '철권7', '토탈워: 삼국', '브이 랠리4' 등의 PC·콘솔 게임을 다운로드 없이 스마트폰에서 곧바로 즐길 수 있었다.
특히 찰나의 타이밍이 중요한 대전액션이나 레이싱 장르에서도 끊김없이 게임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게임 환경의 변화를 실감하게 했다.

현재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이 클라우드 게임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만큼 클라우드를 통한 '탈플랫폼'이 가속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국내 게임사들은 당장 수익 구조가 뚜렷하지 않은 클라우드 게임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지 않아 '포스트 모바일' 플랫폼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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