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판소리로 빚어진 노인과 바다, 나를 찾는 여정"

신진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1.18 17:12

수정 2019.11.18 17:12

각색·작창·소리 맡은 이자람
상반기 창극 '패왕별희' 작창·음악감독으로 중국의 경극에 우리의 소리를 얹더니 하반기에는 총체극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에서 극중 예술가 '유진'을 연기했다. '최연소 춘향가 8시간 완창 기록 기네스북 보유자'이지만 소리꾼에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역할을 오가는 소리꾼 출신의 공연예술가 이자람(40·사진).

"우리 시대 보기 드문 재주꾼, 속도 꽉 찬 진정한 재주꾼"(2015년 두산연강예술상 심사평) 이자람이 오는 26일 헤밍웨이 소설 원작의 판소리 창작극 '노인과 바다'를 선보인다. 최근 티켓 오픈 3분 만에 전 회차 전석 매진됐다는 소식에 이자람은 "기다려주는 사람들이 있구나. 관객들이 무엇을 기다리는 건지 정말 궁금하다"고 설렘을 표했다. "저 역시 소리꾼은 오래간만이니까 얼른 관객과 만나고 싶습니다."

그는 '사천가' '억척가' '이방인의 노래' 등 희곡이나 근현대 소설을 판소리로 옮겨왔다. '노인과 바다'는 원래 40대 후반쯤 선보일 계획이었다.
"작품에게 다 각자의 운명이 있는지 '노인과 바다'가 지금의 제게 와락, 다가왔죠. 왜 어떤 이유로 판소리꾼인 제 삶에 들어온 것인지 그걸 찾는 여정이랄까요. 판소리는 무엇이고, 관객을 만나는 일은 대체 무엇일까. 삶은 도대체 어떤 식으로 대해야 하는 대상일까. 내게 청새치는 무엇이며, 상어는 무엇일까."

그는 이 작품의 각색, 작창, 소리를 맡았다. 소리꾼 이자람의 진수를 보여줄 이번 무대를 위해 가장 신경 쓴 것은 역시 소리다. "대본 역시 좋은 소리들을 엮는 것에 집중했고, 심지어 소리 대목들이 쓰인 후 대본의 구성이나 배치가 완전히 바뀌기도 했죠. 작창의 과정이 다른 작업들에 비해 훨씬 지난하고 힘들었습니다. 말 그대로 '한 땀 한 땀' 말과 문장, 상황과 장면에 맞는 음과 리듬들을 찾는데 온 힘을 기울였습니다." 그는 망망대해 위 노인이 청새치와 싸우는 그 길고 지난한 시간을 함께하며 바다 위 노인에게서 자신을 봤다.
"작품 속 어부처럼 매일 아침 눈을 떠 제가 갈고 닦은 기술과 장비를 챙겨 바다로 나아가고 싶습니다. 그것이 실패하든 성공하든 크게 동요하지 않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 내일을 맞이하는 거죠." 그는 소리로 빚어진 '노인과 바다'가 관객과 만나는 순간을 오롯이 소리꾼 이자람에게 맡길 생각이다.
"관객과 만나 더 넓은 바다가 그려지길 기원합니다." 26일~12월 1일. 두산아트센터 Space111.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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