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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제국주의 맞서 살아남겠다"…이해진의 '글로벌 승부수'

뉴스1

입력 2019.11.19 06:30

수정 2019.11.19 06:30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뉴스1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뉴스1


지난 7월4일 서울 성북동 한국가구박물관에서 만찬 회동을 갖기 위해 참석한 이해진 네이버 GIO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뉴스1
지난 7월4일 서울 성북동 한국가구박물관에서 만찬 회동을 갖기 위해 참석한 이해진 네이버 GIO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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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남도영 기자 = "미국과 중국의 거대 기업들의 제국주의에 끝까지 저항해 살아남은 회사로 남고 싶다."(6월19일 한국사회학회·한국경영학회 공동 심포지엄)

구글과 알리바바 등 미·중 거대 정보기술(IT) 플랫폼 공룡기업들에 맞설 '연합군'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일본 IT 업계 거물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과 손을 잡았다.

네이버는 지난 18일 일본 자회사 라인과 검색 서비스 '야후재팬'를 운영하는 소프트뱅크 계열사 Z홀딩스와의 경영 통합 결정을 공식 발표했다.

한·일 양국을 대표하는 IT 기업의 전례없는 연합전선 구축으로 단숨에 검색, 메시징, 콘텐츠, 금융, 전자상거래를 아우르는 이용자 1억명 규모의 '메가 플랫폼' 탄생이 예고되자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애증'의 일본시장에서 글로벌 첫 단추…'AI 동맹'으로 본격 확전



이런 글로벌을 향한 과감한 행보는 이 GIO의 '숙명'과도 같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이 GIO는 네이버가 국내에서 자리를 잡기 시작한 이후부터 끊임없이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드려왔고, 그 시작점은 항상 일본이었다.


2000년 '네이버재팬'을 설립한 이후 이 GIO는 일본 검색 시장을 장악한 야후재팬을 넘기 위해 애썼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셔야 했다. 10여년 간 진출과 퇴각을 거듭한 끝에 네이버는 2011년 출시한 모바일 메신저 '라인'의 성공으로 비로소 일본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게 된다.

이 GIO는 네이버 창업 이후 가장 힘들었던 순간으로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홀로 철수 여부를 고심하던 때를 꼽을 만큼 긴 진통 끝에 출산한 라인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결국 이 GIO는 더 큰 꿈을 이루기 위해 평생 가장 큰 적이었던 야후재팬과 글로벌 진출의 첫 단추를 끼운 라인을 합병하는 '적과의 동침'을 결심한 것이다.

이 GIO와 손정희 회장은 '자수성가형' 창업자로 양국 IT 업계 거물로 자리잡았다는 공감대가 있다. 자국 시장에 만족하지 않고 글로벌 무대로 향하기 위한 과감한 투자와 의사결정 행보도 닮아있다. 이들이 손바닥을 마주쳐 소리가 나도록 만든 연결고리는 미래 기술 패권 전쟁의 핵심무기인 '인공지능'(AI)이다.

지난 7월 한국을 찾은 손 회장은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앞으로 한국이 집중해야 할 것은 첫째도 AI, 둘째도 AI, 셋째도 AI"라고 조언하며 한국 기업들에 대한 투자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당시 대기업 3세 총수들과 손 회장을 만난 이 GIO는 긴밀하게 협력 방안을 모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는 2017년 미국 제록스로부터 연구소를 인수해 '네이버랩스유럽'으로 재편하고 AI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곳에선 현재 26개국 100여명의 전문가가 AI에 기반한 자율주행, 로보틱스 등 첨단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이는 프랑스 최대 AI 연구소일 뿐만 아니라 유럽 내에서도 손에 꼽히는 규모다.

네이버랩스유럽을 통해 세계적인 AI 연구 역량을 확보한 네이버는 최근 '데뷰 2019' 행사에서 '글로벌 AI 연구벨트'를 구축한다고 발표했다. 미·중 기술 패권에 맞서기 위해 한국, 일본, 프랑스,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국경을 초월한 기술 교류'를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이 GIO와 손 회장은 네이버가 놓은 'AI 실크로드'를 따라 핀테크, 전자상거래, 콘텐츠 등 다양한 사업을 함께 펼친다는 계획이다. 라인은 소프트뱅크의 풍부한 자금력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수혈 받고, 모바일 시장 대응에 늦어 구글의 위협을 받던 야후재팬은 네이버의 AI 기술력을 지원받아 역량을 키우는 청사진이 그려진다.

라인과 Z홀딩스는 경영 통합을 위한 기본합의서에서 "일본·아시아에서 세계 최고의 AI 기술 기업이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적시하며 통합 회사를 통해 AI를 중심으로 매년 1000억엔(약 1조원) 규모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넘어 아시아 핀테크·전자상거래 시장 흔든다

가장 먼저 시너지를 낼 분야로는 금융이 꼽힌다. 지금까지 네이버는 '라인페이'로, 소프트뱅크와 야후재팬은 '페이페이'로 '현금 없는 사회'를 추진하고 있는 일본 간편결제 시장 선점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펼쳐왔다.

현재 일본 간편결제 시장 선두를 다투는 페이페이와 라인페이가 출혈 마케팅 경쟁을 멈추고 협업하게 될 경우 시장 지배력을 단숨에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를 발판으로 라인이 추진하고 있는 라인뱅크, 라인증권, 라인보험 등의 금융 사업도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손 회장이 직접 알리바바와 쿠팡 등의 투자를 진두지휘 했던 전자상거래 분야도 관심이 쏠린다. 야후재팬은 지난 9월 온라인 패션 쇼핑몰 '조조타운'을 약 4000억엔(약 4조4000억원)에 전격 인수해 페이페이와 동반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야후재팬은 이미 한국에서 '네이버쇼핑'과 '네이버페이' 연계를 통해 국내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구축한 네이버의 노하우와 인공지능 기술 등을 전수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라인과 Z홀딩스는 경영 통합 효과에 대해 "라인의 커뮤니케이션 플랫폼과 야후의 전자상거래 서비스를 연계한 이용자 확대 효과가 기대된다"며 "결제 사업에서의 탄탄한 이용자 기반을 활용해 핀테크 사업의 강화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런 이 GIO의 글로벌 행보에 국내 IT 업계도 반색하는 분위기다. 포털사이트 '다음'을 창업해 이 GIO와 경쟁했던 이재웅 쏘카 대표는 "최근 10년 내에 한국과 일본 사이에서 일어난 경제협력 중에서 가장 의미가 큰 사례"라고 치켜세웠다.


이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라인-야후재팬 두 회사는 시가총액 30조가 넘는 회사가 되어서 일본 1위 인터넷 회사가 되는 것은 물론 동남아시아를 같이 공략하게 될 것 같다"며 "포털, 메신저, 커머스, 간편결제 등 두 회사가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많지만 그런 회사를 일본 소프트뱅크와 한국 네이버가 50대 50으로 소유하고 공동 경영을 한다는 것이 의미가 크다"고 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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