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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 개인 전문투자자 규제는 완화…또 '혼란'

뉴시스

입력 2019.11.19 13:40

수정 2019.11.19 13:40

업계 "진입장벽 낮추고 금융사에만 책임 전가…모순" "연내 개인전문투자자 신규 등록 어려울 수도"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검찰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를 압수수색하고 있다. 검찰은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과 관련한 과거 청와대 특별감찰반 감찰이 무마됐다는 의혹과 관련해 금융위원회를 압수수색중이다. 2019.11.04. park7691@newsis.com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검찰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를 압수수색하고 있다. 검찰은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과 관련한 과거 청와대 특별감찰반 감찰이 무마됐다는 의혹과 관련해 금융위원회를 압수수색중이다. 2019.11.04. park7691@newsis.com
[서울=뉴시스]정옥주 기자 = 오는 21일부터 고위험 금융상품에 투자할 수 있는 개인전문투자자 요건이 낮아진다. 그러나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모순'된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전문투자자 진입장벽을 내려 고위험 상품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을 넓혀놓고, 금융회사엔 책임과 감독을 강화하라고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19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오는 20일 열리는 금융위 전체회의에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안건으로 오를 예정이다.

이날 회의에서 의결되면 개인전문투자자로 인정받기 위한 금융투자상품 잔고 기준이 오는 21일부터 기존 '5억원 이상'에서 '국공채·환매조건부채권(RP) 등 초저위험 상품을 제외한 5000만원 이상'으로 대폭 낮아진다. 자산 기준도 '직전년도 소득액 1억원 또는 총자산 10억원 이상'에서 '직전년도 소득액 1억원(부부합산시 1억5000만원) 또는 5억원 이상(거주주택 제외 부부합산 순자산)'으로 완화된다.

우리 경제의 활력 제고를 위해 기업의 미래 성장을 위해 필요한 자금을 과감히 공급할 수 있는 투자자의 역할이 중요한 만큼, 고위험 투자에 대한 감내능력이 있는 개인 전문투자자 수를 대폭 늘린다는 취지에서다. 금융위는 이 개정안 시행으로 지난해 말 기준 약 1950명에 불과한 개인 전문투자자 후보군이 약 37만~39만명으로 확대, 궁극적으로 고위험 투자에 대한 감내능력이 있는 개인 전문투자자 수가 대폭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투자자 보다 투자자 보호규제가 제한적으로 적용되는 개인 전문투자자들이 늘어나면, 그만큼 위험 상품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최근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도 지난 2015년 정부가 내놓은 '사모펀드 활성화 대책'이 불씨가 됐다는 지적이 많았다. 당시 금융위는 사모펀드 운용사를 인가가 아닌 등록제로 전환하고, 사모펀드 투자 한도를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추는 등 진입장벽을 내렸다. 이로 인해 전문투자자가 아닌 일반투자자들도 시장에 진입하게 됐고, 결국 이번 사태의 계기가 됐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금융권 안팎에서는 개인전문투자자 자격 완화는 향후 투자자보호의 사각지대가 될 수 있어, 시행을 보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투자상품 잔고나 소득요건을 충족한다고 해서 전문투자자로 봐도 되는지 의문"이라며 "물론 전문투자자만 가입 가능한 상품이 있다면 이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장점은 있겠지만, 오히려 개인들이 위험 상품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져 불완전판매가 늘어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새로운 개인전문투자자 기준은 투자자 보호방안과 함께 시행하는 등 보완장치를 마련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당국은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판매시 핵심설명서 교부를 의무화하고, 전문투자자 전환 신청자 및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에 투자하는 전문투자자에 대한 금융투자회사의 설명의무를 강화했다. 전문투자자의 경우 적정성·적합성·설명의무가 적용되지 않으며, 투자자 요청시 일반투자자와 동일한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설명하고, 투자자가 이를 명확하게 이해했음을 확인해야 한다.

또 개인전문투자자 정보를 금융투자협회에서 데이터베이스(DB)화 해 통합관리(표본추출 점검 등)하고, 요건충족 증빙자료의 최신성(2년)을 확보해야 한다. 전문투자자 제도 관련 금융투자협회(금투협)의 투자자 교육 프로그램도 신설하기로 했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개인 전문투자자 진입 문턱은 낮춰놓은 대신, 투자자 보호 등 관리 감독 책임을 금융사들에만 떠넘긴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개인전문투자자 심사 업무가 금투협에서 증권업계로 이동해 업계의 부담이 크다"며 "더욱이 21일부터 시행인데 아직 금투협 규정 개정이 이뤄지지 않아 대부분의 금융사들이 시스템 개발 등에 혼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금투협에서는 보완책으로 일단 내년 1월31일 자격 효력 기간이 만료되는 개인전문투자자들에 한해 오는 21일까지 연장하라고 안내한 상태"라며 "하지만 신규로 진입하려는 경우 회사별로 상황이 다르긴 하나 아마 당분간 심사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전문투자자 수를 확대하면 금융사고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물론 있을 수 있다"며 "하지만 전문투자자 시장이 만들어지면 전문투자자들에게만 판매할 수 있는 상품들이 개발돼 오히려 DLF 사태와 같은 금융사고를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미국은 손실감내능력만, 유럽은 투자경험 요건만 충족시 전문투자자로 인정되나 우리나라는 두 요건을 동시에 요구하는 등 전문투자자 요건이 외국에 비해 엄격하다"며 "새로운 개인전문투자자 기준은 다양한 투자자 보호방안과 함께 시행하고, 이행상황을 점검해 추가적인 제도보완 필요성도 살펴보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미국은 '소득 20만 달러(부부합산시 30만 달러) 초과 또는 순자산(거주주택 제외) 100만 달러 초과' 중 하나의 요건만 충족시 전문투자자로 인정하고 있다. 유럽은 '금융상품 잔고 50만 유로를 초과하면서, 해당시장에서 지난 4분기 동안 분기평균 10회 이상 거래’한 경우 전문투자자로 인정한다.
금융분야 전문지식보유자인 경우 두 가지 요건중 하나 이상 충족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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