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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혁신성장, 인센티브라는 '당근'이 필요하다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1.19 17:22

수정 2019.11.19 17:22

[fn논단]혁신성장, 인센티브라는 '당근'이 필요하다
흔히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수단으로 당근과 채찍이 있다고 한다. '신상필벌(信賞必罰)'이란 단어도 같은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채찍에 해당하는 것이 규제를 통한 처벌과 제재라면, 당근은 인센티브를 말한다. 시장경제에서 인센티브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새삼 설명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는 인센티브에 대한 논의를 찾아보기 어렵고, 규제개혁에 대한 논의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건설산업에서도 그렇다.
최근 3년간만 봐도 새로운 건설규제의 신설이나 강화가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20대 국회의 건설규제 입법안 발의건수만 해도 345건으로 19대 국회보다 3.5배나 늘었다. 중앙정부만이 아니라 지자체와 공공발주기관 모두 조례, 규칙, 지침, 공사 계약조건 등을 통해 건설규제를 강화해 왔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과태료를 비롯한 처벌건수가 폭증하는 추세다. 종합건설업체를 대상으로 한 건설산업기본법 위반에 따른 과태료 처분은 2014년 869건이었는데 2018년에는 1829건으로 늘었다.

과도한 규제가 생산성을 저해하고, 부패를 조장하며, 혁신을 가로막는 부작용을 초래하는 것은 건설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오랫동안 규제개혁을 외쳐왔지만 아직까지도 그 성과는 너무나 미미하다. 규제 샌드박스 도입이나 열거주의를 포괄주의 규제방식으로 바꾸는 등 획기적인 규제개혁 추진은 지속돼야 한다. 하지만 혁신성장은 규제개혁만으로 충분치 않다. 인센티브 제공도 병행돼야 한다. 대표적 혁신국가로 손꼽히는 싱가포르는 건설산업에서도 혁신을 유도하기 위한 펀드를 조성해서 지원하고 있다.

올해 3월만 해도 싱가포르 건설사업청(BCA)은 건설산업 혁신을 지원하기 위한 두 가지 정책을 발표했다. 하나는 싱가포르 건설산업의 전환을 지원하기 위한 펀드(BTF)였다. 이 펀드는 싱가포르 건설산업 혁신을 위해 추진해 왔던 공장제작 및 조립(DfMA), 통합 디지털 조달(IDD) 및 그린빌딩 등 3개 분야를 제각각 지원하던 펀드를 통합한 것으로 그 규모는 7억7000만달러에 달한다. 다른 하나는 현장시공을 대신해 공장제작 및 조립을 활성화함으로써 생산성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하며, 장기적으로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탈현장(Off-site) 시공정책이다. 둘 다 규제가 아니라 건설사업자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정책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건설산업의 전환방향을 로드맵으로 제시하고, 그 길을 따라오는 건설사업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혁신을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신재생에너지와 같이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는 산업영역이 있다. 같은 취지에서 모듈러(Modular) 건축에도 인센티브가 필요하다. 이미 싱가포르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현장시공을 축소하고 모듈러 건축을 비롯한 공장제작 및 조립방식을 활성화하고 있다. 모듈러 건축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민간 건설사업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건축이나 주택 관련 법상의 규제 때문에 활성화가 어렵다.
다른 한편에서는 현장시공보다 가격경쟁력이 취약하기 때문에 어렵다. 새로운 건설생산 방식 도입과 생산성 혁신을 위해서는 한편에서는 규제개혁이 필요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활성화를 위한 인센티브 제공이 필요하다.
혁신성장을 위해서는 두 가지가 다 필요한 것이다.

이상호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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