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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예산 부풀리기, 정부보다 국회가 더 문제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1.19 17:22

수정 2019.11.19 17:22

눈덩이 지출 바로잡긴커녕
지역구 예산 따내는데 혈안
여야 의원들의 내년 총선을 겨냥한 선심성 예산 늘리기 경쟁이 치열하다. 정부 예산안에서 불요불급한 지출을 솎아내기는커녕 오히려 예산을 부풀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증액된 예산은 표심 잡기에 도움이 되는 지역구 민원성 사업이 대부분이다. 의원들이 나랏돈을 이용해 매표행위를 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국회 17개 상임위 중 11개 상임위가 예비심사에서 예산을 정부원안보다 늘렸다. 증가액을 모두 합치면 10조5950억원이나 된다.
증액된 예산은 전국 하수관로 정비사업(4704억원), 누리과정(6174억원) 등 사회간접자본(SOC)과 현금성 복지사업이 대부분이다. 반면 예비심사에서 정부원안보다 예산을 삭감한 곳은 기회재정위원회 한 곳뿐이다. 나머지 5개 상임위 예비심사가 모두 마무리되면 증액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보건복지위원회는 한발 더 나갔다. 정부는 이미 복지예산을 전년 대비 10조원 늘려 편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원들은 예비심사에서 무려 15조원의 추가 증액을 요구했다. 그 내역을 보면 기초생활수급자 부양의무자기준 폐지와 서울시 기초연금 국비지원 확대, 대한노인회 지원 확대 등 현금성 복지와 굵직한 민원성 사업들이 포함돼 있다.

예산안 심의와 삭감에서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할 야당의 행태는 더욱 볼썽사납다. 자유한국당 등 야권은 당초 내년도 예산안이 국회에 제출되자 정부가 정책실패를 세금으로 메우려 한다고 주장했다. 총선용이나 선심성 예산을 선별해 가차 없이 삭감하겠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선심성 예산 늘리기 경쟁에는 여야의 구분이 없었다. 앞에서는 감액을 외치면서 뒤로는 지역구 민원예산을 챙기는 이율배반적 행태를 보였다.

이 바람에 국회 예산심의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다. 내년 예산안은 513조5000억원에 이르는 초대형 예산이다. 헌법이 국회에 예산심의권을 주고 있는 것은 납세자를 대신해 불필요한 예산을 삭감하라는 것이다. 결코 증액하라는 취지가 아니다. 철저한 심사를 통해 불요불급한 예산을 걸러내야 할 국회가 되레 예산을 더 늘리고 있으니 기가 막힌 일이다. 국회의 예산심의 기능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이와 별도로 정부의 씀씀이에 대한 통제를 근원적으로 강화하는 문제가 시급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내년에 장기재정전망을 토대로 재정준칙을 마련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내년까지 기다리지 말고 연내에라도 재정준칙을 서둘러 마련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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