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는 애초 들어주기 힘든 요구를 내놨다. 코레일은 만년적자 기업이다. 임금인상과 증원도 벅찬 판에 코레일(KTX)과 SR(SRT)을 통합하라는 요구는 노사 협상 테이블에 오를 소재도 아니다. 철도노조는 박근혜정부 때 두차례 큰 파업을 벌였다. 6년 전인 2013년엔 SR 분리에 반발해 파업에 나섰다. 당시로선 22일 최장 파업이었다. 하지만 박근혜정부는 물러서지 않았고, SR은 3년 전에 개통됐다. 이어 2016년엔 공기업 성과급제 도입에 반발해 다시 파업했다. 이때 철도노조는 74일 최장 파업 기록을 새로 썼다. 올해까지 치면 철도노조의 파업은 3년마다 되풀이되는 패턴을 밟고 있다.
SR은 코레일 자회사로, 코레일이 41% 지분을 갖고 있다. 다른 주주는 사학연금, IBK기업은행, KDB산업은행이다. 박근혜정부는 철도 민영화 대신 공기업 경쟁체제로 수위를 조절했다. 그 덕에 철도 소비자들은 선택의 폭이 넓어졌고, 고객 서비스가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때 철도 공공성 강화를 약속했다. 노조는 이를 코레일·SR 통합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잘 굴러가는 SR을 개통 3년 만에 재통합하는 것은 소비자들을 우롱하는 것이다. 이번 철도 파업 찬반투표에서 찬성률은 60%를 밑돌았다. 파업 동력이 그리 세지 않다. 정부와 코레일 사측은 당당하게 노조에 맞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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