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다시 가족 품으로 돌려보내는 게 우리의 사명..'한강경찰대' [내일을 밝히는 사람들]

이진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1.20 18:14

수정 2019.11.20 18:14

슬픔에 몸을 던진 사람들의 첫마디 "살려달라"
한강 41㎞ 책임진 30명의 대원들
매년 자살 투신자 500명 구조활동
구조 뒤 고맙단 말에 사명감 느껴
운전하는 대원 빼면 구조대원 1명
13년도 넘은 구조정 등 시설 노후
생명 내놓은 구조활동 처우 열악
한강경찰대 망원한강 치안센터에서 이동호 경사(왼쪽)와 우정택 경장이 구조 활동에 나서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한강경찰대 망원한강 치안센터에서 이동호 경사(왼쪽)와 우정택 경장이 구조 활동에 나서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한강 교량에는 슬픈 사람들이 모인다. 각자의 사연을 지닌 사람들은 더 이상 삶을 지탱하지 못한 채 뛰어내린다. 매년 500명 가까운 사람들이 한강 교량 위에서 투신한다. 누군가는 다시 사회 품으로 돌아왔고, 누군가는 영영 돌아오지 못했다.


다행히도 떠난 자보다 돌아오는 자가 많았다. 지난해 한강 교량 투신 생존율은 96.7%에 육박했다. 2014년 이후 생존 구조율이 95% 이하로 떨어진 적은 없었다.

이 같은 배경에는 한강경찰대의 몫이 컸다.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한강경찰대는 수상 인명구조와 변사체 인양 업무를 맡고 있다. 이들은 서쪽 행주대교에서부터 동쪽 강동대교까지 약 41km 구간에서 한강의 대소사를 관장하고 있다.

30명의 대원은 광나루, 이촌, 뚝섬, 망원(본부) 4개 치안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사건 발생 5분내에 현장에 도착해 구조활동을 벌인다. 지난해에는 약 100명의 삶을 되찾았다.

■자살 시도 구조하면 모두 "살려달라"

"자살 신고받고 다녀오는 길입니다"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 자리 잡은 한강경찰대 본부에서 이동호 경사와 우정택 경장은 구조정 위에서 잠수복을 벗으며 이 같이 말했다. 이들은 인근 마포대교에서 누군가 자살을 시도했다는 소식을 듣고 출동했다. 다행히 실제 투신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한강경찰대는 각 치안센터마다 2인 1개조, 교대근무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날 이 경사는 순찰정을 몰았고 우 경장은 구조 업무를 맡았다. 이 경사는 "긴급한 구조의 경우 112 긴급센터에서 지령이 오면 각 치안센터의 관할 지역에 맞게 출동한다"며 "이후 소방 조직과 같이 구조에 나서고 119 후송까지 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강경찰대는 구조뿐만 아니라 변사체 인양과 불법 레저 활동 단속 등 수사기관의 기능도 맡고 있다. 이 경사는 "변사체는 부패되고 부력이 생길 때 물 위로 떠 오른다"며 "이를 인양해 인근 경찰서 형사과에 인계한다"고 말했다. 한강경찰대 대원들은 최근 발생한 '장대호 몸통 시신 사건'의 시신 수색을 도맡아 경기북부청으로부터 표창장을 받기도 했다.

이 경사와 우 경장은 한강경찰대에서 2년 이상 근무한 베테랑이다. 이들은 매일 구조에 나서면서 삶과 죽음과 마주한다. 이 경사는 "다리 위에서 뛰어내린 사람들은 저희를 보면 '살려달라'라는 말부터 한다"며 "구조 직후 '고맙다'고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삶의 소중함을 느꼈다"고 전했다.

이어 "구조 직후 치안센터를 찾아와 고맙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 가 하면 몇 번이고 다시 투신을 시도해 결국 변사체로 만나는 사람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어쩌면 더는 뛰어내리지 않는 사회가 그들의 바람일지 모른다. 우 경사는 "하루에도 몇 명씩 다리 위에서 투신을 선택한다"며 "우리 직업은 떨어진 자들을 구조하는 일이지만 애초에 떨어질 일이 없게 사회 풍토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열악한 처우에도 희생하는 '별동대'

한강경찰대는 30명의 소수 인원으로 운영되는 '별동대'다. 대원들은 인명구조, 잠수, 동력수상레저기구 면허증 등과 같은 자격증을 3개 이상 보유하고 있다. 대원들 대다수 특전사, 해병대, 수중폭파대(UDT), 해난구조대(SSU) 등 특수부대 출신들이 많다. 한강경찰대에 따르면 지난해 결원 1명을 모집하는 데 4명이 지원했다. 수영, 잠수 테스트에 합격해야 비로소 한강경찰대 대원이 될 수 있다.

훈련 강도도 높다. 대원들은 월 2회 이상 한강 인근과 수심이 깊은 수영장에서 인명구조와 잠수 훈련을 하고 있다. 또 경찰특공대와 함께 대테러 훈련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뿐 만 아니라 대원들 개인적으로도 체력 단련에 임하고 있다. 긴급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서다. 우 경장은 개인 휴무 날을 이용해 철인 3종과 스킨스쿠버 등에 매진하고 있다.

한강경찰대 대원들은 누군가의 생명을 구한다. 그러면서 자신들이 위험에 처하기도 한다. 우 경장은 "구조 과정에서 사고보다 출동 중에 낚싯줄에 순찰정 스크루가 걸리는 경우가 많다"며 "암초에 부딪혀 배가 뒤집힌 적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가족들의 걱정은 없을까. 이 경사는 "가족들이 위험한 일이라고 걱정할 때도 있지만 경찰 직업을 잘 이해해준다"며 "두 아들이 사람을 구하는 직업이라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전했다.

한강경찰대는 한강 전 지역의 안전을 책임지지만 인력이나 시설은 열악하다. 특히 구조 업무를 공조하고 있는 119 특수구조단 수난구조대에 비교하면 그 차이는 더욱 심하다. 수난구조대는 구조 상황이 발생한 경우 5명이 인원이 출동하지만 한강경찰대는 오직 2명이 구조에 나선다. 구조정을 운전하는 대원을 제외하면 구조 대원이 1명에 불과한 것이다. 한강경찰대가 구조 외에도 변사체 인양, 수사 등의 업무가 더해지는 것을 감안하면 고충은 더해진다.

시설도 마찬가지다. 한강은 겨울에는 영하 10도, 여름에는 35도에 육박해 1년 사이에 온도 변화가 심하다. 이 때문에 구조정이 실외에 정박할 경우 노후화가 심한편이다. 그런데 한강경찰대 구조정은 수난구조대와 달리 외부에 정박됐다.
일부 구조정은 건조한 지 13년이 넘기도 했다.

한강경찰대의 행정 업무를 담당하는 장윤희 경위는 "한강경찰대 대원들이 자기 생명을 내놓고 구조 업무에 나서지만 처우는 상대적으로 소홀하다"며 "열악한 환경에서 대원들의 희생으로 사람을 살리고 있다"고 했다.


장 경위는 "대원들이 누군가의 생명을 구하고 헌신하는 자세를 가까이서 볼 때마다 감동을 받는다"고 덧붙였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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