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그들이 열차를 멈춘 이유

이환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1.21 17:28

수정 2019.11.21 17:28

[기자수첩] 그들이 열차를 멈춘 이유
요즘 주말마다 서울 을지로역 인근에서 독서모임을 하고 있다. 독서모임 리더는 가끔 "광화문 인근에 시위가 많아서 교통이 불편하다"고 했다.

버스, 철도와 같은 공공근로자의 파업은 그 자체로 시민에게 불편을 유발한다. 특정 이익집단의 대규모 파업도 교통불편, 소음 등의 피해를 준다. 나 역시 철도파업으로 출근 시각에 지각하고, 상사에게 심하게 깨진다면 파업의 정당성이나 명분과 상관없이 마음속으로 욕을 할 것이다. 시민을 볼모로 잡고 이기적인 파업을 한다는 프레임이 생기는 이유다.


지난 20일부터 전철, KTX 등을 운행하는 철도노조(코레일)가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파업 첫날 출근시간 서울역의 풍경은 평소보다 조금 더 불편했고, 분주했다. 열차가 지연됐고, 어떤 열차는 운행을 중지했다. 운행중지 여부를 몰랐던 일부 고객은 헛걸음을 했을 것이다. 매표소 창구가 혼잡해 자동발매기를 이용하려던 85세 노인은 기기 사용법을 몰라 쩔쩔매기도 했다.

철도노조와 사측이 대립하고 있는 쟁점들은 제3자의 눈으로 봐도 너무나 첨예해서 해결이 쉽지 않아 보인다. 파업이 길어지면 시민의 불만과 마음속 욕도 쌓여갈 것이다.

그럼에도 파업행위에 대해 덮어놓고 비판의 시선을 갖지는 말자. 적어도 지연되는 열차를 기다리는 동안 그들이 어떤 목소리를 내기 위해 일면식도 없는 내게 이런 불편을 주는 것인지 한번 검색해보자. 노사 양측이 어떤 명분을 갖고 싸우고 있는지는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일단 안전인력 충원이 최대 쟁점이다. 철도노조는 사측에 2020년 1월1일부터 시행하기로 한 4조2교대 근무형태 변경을 위한 안전인력 충원과 관련, 4600명 증원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외부기관 용역 결과 근무체계 전환을 위해 1800명 증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노사가 맞서고 있는 사이 국토교통부도 끼어들었다. 노조가 요구한 4600명은 "수용 불가능하다"고 일축했고, 사측이 제시한 1800명도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국민이 어느 쪽 '명분'에 손을 들어줄까. 곧 그 결과는 나올 것이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건설부동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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