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830원 인상 농성' 홍익대 비정규직 노동자 2심도 유죄

김문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1.21 18:01

수정 2019.11.21 18:13

홍익대학교 청소·경비노동자들이 21일 열린 항소심에서도 유죄를 선고받았다. 이날 홍익대 비정규직 노동자를 비롯한 노학연대 '모닥불'은 판결 직후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문희 기자
홍익대학교 청소·경비노동자들이 21일 열린 항소심에서도 유죄를 선고받았다. 이날 홍익대 비정규직 노동자를 비롯한 노학연대 '모닥불'은 판결 직후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문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지난 2017년 임금 인상 등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다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고발당한 서울 홍익대 청소·경비노동자들이 항소심에서도 유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항소2부(최규현 부장판사)는 21일 업무방해, 폭력행위등 처벌에 관한법률위반(공동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된 박진국 공공운수노조 홍익대분회장, 김민철 공공운수노조 서울경인지역 공공서비스지부 조직차장, 홍익대 청소노동자 조모씨가 낸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앞서 1심에서 김민철 조직차장은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 박진국 분회장은 벌금 300만원에 집행유예 1년, 청소노동자 조씨는 벌금 200만원에 선고유예 1년 판결을 받았다. 선고유예는 일정기간 재범이 없을 경우 형집행을 하지 않는 유죄 판결 중 하나다.

재판부는 "위법한 업무방해 등의 행위로 홍익대 측 업무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한 점과 피해자 측과 합의 안된 점 등을 볼 때 원심의 형이 지나치게 무겁다고 볼 수 없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홍익대 청소·경비노동자들은 지난 2017년 7월 시급 830원 인상을 요구하며 홍익대학교 본관 사무처장실에서 8시간 넘게 농성을 진행한 뒤 학교측으로부터 고발됐다. 이들은 또 학위수여식에서 총장을 붙잡고 20여분간 구호를 외치는 등 학교 행정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수시간 동안 학교 건물과 사무실 내부에서 연좌농성을 하며 큰 소리로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튼 것은 학교의 행정업무를 명백히 방해한 것"이라며 "사무실을 점거해 직원들의 자유로운 이동을 막고, 사무처장에게 합의서 서명을 강요해 사무처장 등 직원들은 상당한 정도의 위압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 쟁의 행위는 정당하게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도 "이들의 행위가 근로자로서 경제적, 사회적 지위 향상을 도모하고자 하는 쟁의 행위의 일환으로 범행이 이뤄졌다는 점과 직접적인 폭력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박 분회장은 판결 직후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선고에 대해 인정 못한다"며 "결국에는 '너희들은 까불지 말아라'이런 얘기가 아니겠나. 이런 표현의 자유도 막는다고 하면 싸울 수 밖에 없다. 무죄가 되는 날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홍익대 노학연대단체 '홍익대학교 노동자와 학생들이 함께하는 모닥불' 김민석 운영위원장도 "이번처럼 수위가 낮은 투쟁마저 유죄로 판단하면 우리는 홍익대를 더 나은 공동체로 만들 방법이 없다"며 "법원조차 한국 사회에서 가장 밑바닥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편에 서지 않는 다면 끈끈한 연대로 탄압을 뚫고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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