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최초의 영화가 연극으로... 연극 '의리적 구투' 연말까지 공연된다

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1.23 08:53

수정 2019.11.23 08:53

지난 달 2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한국영화 100년 기념식'에서 '의리적 구토' 재현극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김도산 감독의 '의리적 구토'는 첫 한국영화로 1919년 10월 27일에 단성사에서 상영됐다. 뉴시스
지난 달 2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한국영화 100년 기념식'에서 '의리적 구토' 재현극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김도산 감독의 '의리적 구토'는 첫 한국영화로 1919년 10월 27일에 단성사에서 상영됐다. 뉴시스

일제시대 명문가문의 자식으로 자란 송산은 아버지의 오랜 병환을 걱정하며 의형제들과 술잔을 기울이고 있다가 바로 옆방에서 민족대표들이 독립선언서를 낭독하고 있다는 것을 목격한다. 이후 만해 한용운 선생이 투옥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송산과 의형제들은 독립운동 자금책과 기밀활동에 참여하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송산의 젊은 계모는 건달, 변호사 등과 함께 이들을 궁지에 몰아넣는다.

연극 '의리적 구투(혹은 구토)'를 제작한 애플씨어터는 오는 12월29일까지 주말 동안 연극 의리적 구투를 공연한다고 밝혔다.

연극 의리적 구투는 1919년 10월 27일 단성사에서 개봉한, 우리나라 최초의 영화 의리적 구토에 원안을 뒀다. 3·1운동이 일어난 해에, 3·1운동을 배경으로 한 의리적 구투는 국내자본으로 만든 최초의 영화라는 데 의미가 있다.

현재는 필름도 시나리오도 남아있지 않지만 당시의 신문기사에 게재된 줄거리에서 모티브를 얻어 애플씨어터 대표 전훈이 쓰고 무대화됐다.

애플씨어터 관계자는 "한국영화 100년에 의미를 부여해 창작된 작품이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한국 최초의 영상연극 100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당시 작품의 의미와 재창작의 가치는 한국연극·영화사에 매우 중요한 업적"이라고 전했다.

'100년 된 작품이라 2019년을 사는 관객들에게 다소 유치하지 않을까'라는 세간의 우려도 있었지만, 전훈 연출의 펜을 거치면서 세련된 사실주의 드라마로 재창작됐다.

애플씨어터 연출부 관계자는 "의리적 구투는 우습고도 슬픈, 정의로우면서도 수치스러운 풍자가 담긴 희비극"이라며 "한 집안의 몰락을 일제강점기로 비유한 은유적 표현 방법은 세련미를 더한다. 각 인물이 상징하는 메타포를 찾아내는 재미가 있다"고 설명한다.

명문가문의 아들 송산역에는 연극 챠이카, 잉여인간 이바노프 등에 출연한 배우 유영진이, 송산가문의 젊은 계모 역에는 드라마 행복을 주는 사람, 달콤살벌 패밀리 등에 출연한 배우 가득희가 캐스팅됐다. 송산의 의형제에는 조환, 조희제 등이, 건달 무사시 역에는 최세용, 요시코 역에는 차세인, 이음 등이 나온다.


이번 연극에서 극본과 연출을 맡은 전훈 애플씨어터 대표 겸 안똔체홉학회 의장은 "단지 계모가 명문가문의 재산을 뺏으려 한다는 단순한 막장드라마가 될 수 있는 극을 역사적 장치를 삽입함으로써 긴장감을 실었다"며 "무겁게 역사해설을 하는 식이 아닌 공교롭고 재미있는 상황으로 만들어 극의 흥미를 더했다"고 강조했다.

'의리적 구투(혹은 구토)' 포스터. 애플씨어터
'의리적 구투(혹은 구토)' 포스터. 애플씨어터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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