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다보니 돈을 벌어 이자도 못 갚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이달 초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이자보상비율이 100%를 밑도는 기업 비중이 35.2%에 달했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이 셋 중 한 곳이나 된다는 얘기다. 이런 기업의 비중이 2016년 31.8%에서 2017년 32.3%로 늘어난 데 이어 지난해 35.2%까지 치솟는 등 지속적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건 더 큰 문제다. 이자보상비율이 3년 연속 100% 미만이면 더 이상 성장이 어려운 한계기업으로 분류된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내년 한국 기업의 신용등급이 무더기로 강등될 수 있다고 경고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무디스는 지난주 신용등급 평가대상인 24개 국내 기업(금융사 제외) 가운데 절반 이상인 14개 기업의 전망을 '부정적'이라고 밝혔다.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 수출규제, 홍콩사태 등 대외여건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기업의 실적이 악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문제는 이런 사정이 개별 기업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결국은 국가신용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세계적 석학인 재러드 다이아몬드는 최근 출간된 '대변동'이라는 책에서 "위기극복을 위한 첫걸음은 현실을 직시하고, 지금이 위기상황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직면한 위기의 심각성을 인정해야 비로소 변화를 위한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 경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낙관적 전망만으론 이 위기를 돌파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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