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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화해와 번영의 해륙국가로 가는 길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1.25 17:44

수정 2019.11.25 17:44

[fn논단] 화해와 번영의 해륙국가로 가는 길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의 파기를 두고 국론이 분열되더니 이어서 미국과 방위비 분담 및 미군 감축에 대한 파열음도 지속되고 있다. 한·중 간 사드 갈등에 이어 북한과의 관계개선 및 인권문제에 대한 입장도 여전히 평행선을 그리고 있으며, 조국사태가 악화시킨 진보와 보수의 갈등은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일부 학자들은 이렇게 분열하고 싸우는 이유가 한반도에서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이 충돌하면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19세기 말 이후 외세의 개방 압력이 가중될 때 조선은 개화파와 수구파로 양분되어 싸우다 나라를 잃었다. 최근에는 미·중 간 패권 경쟁으로 국제적인 힘의 질서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북한·중국·러시아를 축으로 하는 대륙파와 미국과 일본과 함께 해양파로 나눠져 대립하고 있다. 해양사라는 역사적 장르를 개척한 동국대 사학과 윤명철 교수는 '고조선 문명권과 해륙활동'이라는 최근 저서에서 고조선은 농경사회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만주 남부와 한반도 북부, 동해, 서해를 공유한 해륙국가·해륙문명이라는 주장을 폈다.
해양과 대륙, 어느 한쪽을 택하지 않고, 둘을 포용하는 그의 통합사관은 분열 없이 강대국 사이에서 미래로 나가는 데 참고할 만한 신선한 지혜라고 생각한다.

문재인정부가 들어서면서 대륙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북방경제 협력 사업들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대표적 사업이 남북한의 철도를 연결해 중국 및 시베리아를 통해 유럽까지 대륙을 횡단하는 대륙철도 건설 사업이다. 이를 위해 우리나라는 2018년 6월 북한과 러시아를 비롯한 주로 유라시아대륙 사회주의 국가 28개국이 회원으로 있는 국제철도협력기구에 가입했고, 첫 사업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동해선과 경의선 철도 및 도로 연결 사업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정부는 2017년 9월 러시아, 중국 등 북방 대륙세력 14개국과의 경제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나인브릿지 정책을 제안하고 '북방경제협력위원회'를 설치해 신북방경제 교류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 대륙 관련 사업과는 대조적으로 현 정부 들어서 해양과 관련한 사업은 별다른 진전도 없고 오히려 일본 등 해양세력과의 갈등은 심화되고 있다. 2008년 현 정부의 초대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은 취임식에서 '거꾸로 세계지도'를 내걸고 '대한민국의 미래는 바다에 있다'며 해양수산 분야를 국가전략사업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거꾸러진 해운업과 조선산업의 침체는 아직까지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세계적 미래학자 조지 프리드먼은 '앞으로의 100년'이라는 책에서 미국은 동으로 대서양, 서쪽으로는 태평양, 북으로는 북극해까지 끼고 있는 천혜의 지정학적 조건을 갖춘 국가로 21세기 맹주로 계속 군림할 것이지만, 중국은 지정학적 제약으로 해군력이 약해 쇠퇴할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에게 해양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지적이라 하겠다.


국민의 화합과 국가의 번영을 위해서는 해양사업과 대륙사업이 균형을 맞추면서 해륙국가로 나아가는 발판을 다져야 한다. 미국 등 해양세력과 동맹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해양거점도시 건설도 추진할 필요가 있다.
태평양이 가까운 남서 해안도시를 지정해 주변 해안도시 및 다도해, 한려수도 및 제주도와의 통합교통체계를 구축하고 해양신산업, 문화, 관광 및 교역의 글로벌 중심지로 발전시키는 사업이 추진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황기연 홍익대 도시공학과 교수· 전 한국교통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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