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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소비자는 KTX·SRT 통합 원하지 않는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1.25 17:44

수정 2019.11.25 17:44

철도 파업 5일만에 철회
시민입장서 문제 풀어야
전국철도노동조합이 5일 만에 파업을 철회했다. 지난 23일부터 마라톤 협상을 벌인 코레일 노사는 25일 오전 잠정합의안을 마련하고 파업을 풀었다. 아직 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 절차가 남아 있지만 1~2일 뒤면 열차 운행 등이 완전 정상화될 것으로 보인다. 손병석 코레일 사장은 "파업 철회에 따라 복귀직원 교육과 운행일정 조정 등을 거쳐 이르면 26일부터 열차 운행이 정상화될 것"이라면서 "앞으로 노사가 힘을 모아 국민에게 신뢰받는 철도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뒤늦게나마 시민들의 불편이 해소된 것은 잘된 일이다.

하지만 코레일 노사가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많다.
우선 양측이 이번에 타결한 4개 합의사항 중 제대로 합의를 이룬 것은 '임금 전년대비 1.8% 인상' 한 가지뿐이다. △4조2교대를 위한 인력충원 협의 △자회사 임금수준 개선 노력 △KTX·SRT 통합 운영 노사 공동건의 등은 앞으로 논의를 더 해야 할 사안들이다. 문제는 이들 안건이 노사 협의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들이 아니라는 점이다. 인력충원 문제만 해도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노조안(4600명 충원)은 물론 사측안(1800명 충원)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번 합의가 '땜질식 미봉 타결'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KTX·SRT 통합 요구는 더 큰 문제다. 주지하다시피 SRT는 철도개혁의 산물이다. 철도에 경쟁체제를 도입해 효율성을 높이자는 취지로 지난 2016년 운영을 시작한 것이 수서발 고속열차 SRT다. 그 덕에 철도 소비자는 선택의 폭이 넓어졌고, 고객서비스가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소비자들이 이렇게 경쟁체제 도입에 따른 긍정적 효과를 체감하고 있는데 거꾸로 통합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공공성 강화라는 미명하에 시대착오적 주장을 하는 노조도 문제지만 이를 얼렁뚱땅 넘기기 위해 '국토부에 노사 공동건의'라는 땜질식 처방을 내린 사측의 대응도 바람직하다고 보긴 어렵다.

코레일은 한 해 수천억원의 손실을 내는 만년 적자기업이다. 누적 부채만도 16조원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서 매년 수천억원의 추가 적자가 예상되는 인력 충원을 주장하고, 잘 운영되고 있는 자회사와 통합을 요구하는 것은 일반 사기업에선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일이다. 철도 노조는 국민의 안전과 공공성 강화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이에 공감하는 국민이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노조는 이번 파업에 대한 일반 국민의 시선이 곱지 않은 이유를 곰곰 생각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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