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타다가 없어지면 가장 슬픈 사람은

김아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1.28 17:45

수정 2019.11.28 17:49

다음달 당직표가 나왔다.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 다음주 당직을 바꿔야 한다. 당직을 함께 서고 있어 나와 바꿔줄 수 있는 인원은 11명. 첫번째, 두번째, 세번째, 네번째 시도 모두 거절 당했다. 네명 모두 나보다 후배들이라서 이렇게 당직 바꿔달라는 선배의 말을 거절하기도 쉽지 않았을 텐데 이유가 뭘까. 그렇다. 바로 연말 시즌이 코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각종 모임으로 스케줄표가 빡빡하게 채워지고 있는 시기,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이번 연말에는 '집에 뭐 타고 가나?'였다.
딱 3년 전이었다. 새벽 1시를 넘긴 시각, 강남역에서 택시를 잡으려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을 때 내 앞에 '콜버스'라는 봉고가 서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곧장 탔고 그 이후로도 강남에서 약속이 있을 때면 콜버스를 이용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콜버스가 없어졌다. 알아보니 콜버스의 심야버스 서비스는 정부 규제와 택시조합의 반발로 좌초되고, 전세버스 형식의 새로운 서비스로 변모돼 있었다. 그 회사가 아직도 생존해 있는 건 반가운 일이지만 개인적으로 나의 귀가를 책임져주던 서비스가 없어진 것은 유감이었다.

그러던 중 기자는 신세계를 영접한다. 바로 '타다'다. '타다'의 쾌적하고 넓은 공간은 덤이었다. 그런데 이 타다도 콜버스처럼 곧 없어질 위기에 처했다. 현재 타다는 엄밀히 말하자면 합법이다.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인 승합차를 빌리는 사람에게는 운전자 알선을 허용하도록 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령이 근거다. 처음에는 택시업계가 '타다 아웃'을 외치더니 정부에서도 '규제혁신형 플랫폼 택시' 입법을 추진하면서 타다가 사회적 갈등을 확산시킨다며 왕따를 시켰다. 지난달 검찰은 타다 운영사인 VCNC 박재욱 대표와 쏘카 이재웅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다. 이제는 정치권까지 타다의 운행을 막으려고 연내 새 법을 만들어 통과시킨다고 한다.


택시업계와 국토부, 검찰, 정치권 이들 사이에 첨예한 갈등과 이해관계에 기자는 관심이 없다.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이들 이해당사자 중에 승객은 왜 없는지 돌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타다가 금지되면 이재웅 대표가 가장 큰 타격을 입겠지만 그에 못지않게 타다를 애용하던 승객들도 피해를 본다. 잘 이용하던 서비스 하나가 또 없어진다고 하니 이제는 뭘 타고 집에 가야 하나.

true@fnnews.com 김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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