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한국당, 삭발·단식 이은 필리버스터…잇단 '초강수' 득실은?

뉴스1

입력 2019.12.01 14:20

수정 2019.12.01 14:20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7일째 단식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농성장을 찾은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한국당 의원들이 황 대표와 대화를 하고 있다. 2019.11.26/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7일째 단식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농성장을 찾은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한국당 의원들이 황 대표와 대화를 하고 있다. 2019.11.26/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2019.11.24/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2019.11.24/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과 연동형 비례대표제(선거제법) 통과를 막기 위해 삭발·단식한 데 이어 나경원 원내대표가 본회의 상정예정인 198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카드를 꺼내 들며 투쟁수위를 한껏 높이고 있다.

한국당의 강경투쟁 노선을 두고 일각에선 지지층 결집엔 성공적이라며 긍정적인 평가지만, 민생을 외면한다는 비판과 그간 강조해온 중도층으로 외연확장에 걸림돌이 될 수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1일 정치권에 한국당은 필리버스터를 통해 패스트트랙(신속처리법안)에 상정된 법안처리를 끝까지 막겠다는 방침이다. 한국당은 전날 논평을 내고 "국회 내에서 할 수 있는 모든 합법적 투쟁으로 저항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당이 필리버스터란 초강수를 꺼내든 건 황 대표의 단식중단 이후 정기국회 회기내 패스트트랙 처리를 저지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으로 떠올랐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는 안건 199개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만큼 안건마다 의원 1명이 4시간씩 진행한다고 가정할 경우 약 8만시간 동안 필리버스터를 할 수 있어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내달 10일까지 270시간 안팎만 남아 있어 패스트트랙 법안을 저지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정기국회 종료 직후 임시회 소집하면 임시회에선 필리버스터 없이 바로 표결 절차에 들어 갈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 질문에 "그 점도 충분히 검토해왔지만, 자세한 말씀을 못 드리겠다"면서 말을 아꼈다.

필리버스터를 꺼낸 든 것을 두고 황 대표와 나 원내대표에 대한 당 안팎에서의 리더십 우려가 나오고 있었던 만큼 이들이 대여 강경투쟁을 통해 당내입지를 다지고 내년 4·15 총선을 대비하려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실제로 한국당은 패스트트랙과 관련 수세에 몰릴 때마다 유리한 국면으로 정국을 전환하기 위해 삭발, 단식 등 초강수로 맞서왔다.

이번에도 더불어민주당이 필리버스터에 대응해 본회의를 열지 않기로 하면서 '민식이법' 등에 대한 처리 무산을 두고 '네 탓 책임공방'을 벌어지면서 지지층들이 결집하는 모습이다.

한국당은 "민식이법 등 민생법안을 우선 통과시키자는 요구를 무시하고 국회 본회의 개의를 거부해 국민을 실망하게 한 것은 바로 민주당과 문희상 국회의장"이라며 화살을 돌렸다.

반면 민주당은 "(한국당이) 교통사고로 자식을 잃은 부모들 앞에서 '선거법을 상정하지 않는 조건이라면 민식이법을 통과시켜주겠다'며 아이들의 목숨과 안전을 한낱 정치 흥정의 도구로 전락시키고 국회를 마비시켰다"고 비판했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자 한국당이 여론전에서 우위에 서려면 '집토끼' 결집에 그쳐선 안되며 중도층·무당층 등 '산토끼' 지지세까지 끌어안아야 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지난 2·27 전당대회 이후 황 대표는 오랫동안 내홍을 겪던 당 내부를 빠르게 장악하며 입지를 굳혔지만, 20~30%대 '콘크리트 보수층'에서 더 확장하지 못하며 대여 투쟁 또한 흐지부지 된 바 있다.

또 황 대표의 삭발 이후 한국당 의원들이 릴레이 삭발을 하고 황 대표가 지소미아(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파기 철회, 공수처법·선거법 철회 등을 요구하며 8일간 단식했지만, 여론 및 전망은 그리 밝지 못한 못한 상황이다.

특히 한국당이 필리버스터 대상으로 삼은 법안 198개 중 '민식이법', '소상공인보호법' 등 민생법안도 포함되면서 여론이 싸늘해지는 형국이다. 한국당 해산을 촉구하는 국민청원까지 다시 등장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황 대표가 장외투쟁, 단식, 삭발에 필리버스터까지 강경투쟁으로 일관하고 있는데 선거제법과 공수처법을 막는 것은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협상에 임하면서 민주당으로부터 일정 양보를 얻는 게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이어 "한국당이 여론의 지지를 받으려면 발상을 전환해야한다"며 "당내 주류를 이루는 강경파 의원들이 가진 프레임을 깨야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국민들이 선거제법과 공수처법 내용에 대해 상세히 알지 못한 경우가 많은 만큼 필리버스터를 통해 잘못된 부분을 알릴 필요가 있다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한국당 입장에서 선거제법도 문제지만 공수처법은 새로운 '신독재'로 문을 활짝 여는 것이기 때문에 무조건 막아야 한다"며 "국민들이 공수처 실상을 잘 모르고 좋은 것처럼 얘기되고 있으니 필리버스터를 통해 알릴 노력을 다해야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당 지지율이 오르고 안 오르고 보다는 큰 본질적 차원에서 선거제법, 공수처법을 막아내느냐가 큰 문제"라며 "막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지만 최후의 저지선을 치고 투쟁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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