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한국 경제 역동성 갖고 있어… 北 큰 변수 아니다" [월가 전설 하워드 막스]

이정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2.01 17:18

수정 2019.12.02 15:19

하워드 막스 오크트리캐피털매니지먼트 회장
전세계적인 초저금리 기조가
경제부양 효과 있을지는 미지수
최고치 찍은 미국 증시
과대평가됐을 뿐 거품은 아냐
감정 통제하고 신중하게 분석을
하워드 막스 오크트리캐피털매니지먼트 회장은 "사상 최고 수준인 미국증시가 버블(거품)은 아니지만 주가수익비율(PER) 측면에서는 과대평가됐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사진=서동일 기자
하워드 막스 오크트리캐피털매니지먼트 회장은 "사상 최고 수준인 미국증시가 버블(거품)은 아니지만 주가수익비율(PER) 측면에서는 과대평가됐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사진=서동일 기자

"뉴욕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지만 버블은 아니다. 다만 주가수익비율(PER)이 과거 평균보다 높은 상태라는 점에서 과대평가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워드 막스 오크트리캐피털매니지먼트 회장은 최근 파이낸셜뉴스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지난 1960년대 강력한 랠리였던 '니프티 피프티(Nifty-Fifty)'처럼 주가가 끝도 없이 올라가는 것은 '버블'의 사인(신호)이지만 지금은 그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다만 불확실한 저수익 상황이라는 점에서 "감정을 통제하고 분석적인 자세를 유지할 것"을 당부했다. '월가의 전설적인 투자자'로 알려진 막스 회장은 1220억달러(약 143조원)를 운용하는 오크트리캐피털매니지먼트의 회장이자 공동 설립자다. 그가 고객들에게 보내는 투자 메모는 깊은 통찰력으로 유명하다. 세계적인 투자가 워런 버핏이 "메일함에 하워드 막스의 메모가 와 있으면 가장 먼저 열어본다"고 할 정도다. 막스 회장과 오크트리캐피털은 위기 때 사서, 호황기에 파는 '역방향 투자'로도 잘 알려져 있다. 다음은 막스 회장과의 일문일답.

대담 = 곽인찬 논설실장

―세계경제는 역사상 전례가 없는 초저금리 시대를 맞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다시 금리를 내리기 시작했고, 한국은행도 금리인하에 동참했다. 지속적인 초저금리가 장기적으로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이 부분은 알 수 없는 영역이다. 경제부양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이것이 효과가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다.(유럽이나 일본에서는 잘 되지 않았다). 최근 나의 메모인 '불가사의한(Mysterious)'을 참고하기 바란다.(막스 회장의 메모는 오크트리캐피털 홈페이지의 '인사이츠'의 '메모 프롬 하워드 막스'에서 누구나 볼 수 있다)

―뉴욕 증시 주요 지수는 최근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다. 뉴욕 증시는 과대평가돼 있나.

▲PER이 과거 평균보다 높은 상태이다. 금리가 낮을 때 높은 주가수익률은 합리적이다. 나는 이것이 어느 정도 과대평가됐지만 버블 상태는 아니라고 본다.

―당신은 '지금은 다르다'(This time it's different)라는 메모에서 골디락스를 부정적으로 언급했다.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골디락스는 그저 환상에 불과한 것인가.

▲나는 이것이 사람들이 꿈꾸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모든 것이 영원히 순조롭게 진행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매우 낙관적인 것 같다. 대개는 결국 너무 뜨거워지거나 또는 너무 차가워진다.
하워드 막스 오크트리캐피털매니지먼트 회장.사진=서동일 기자
하워드 막스 오크트리캐피털매니지먼트 회장.사진=서동일 기자


―2007~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 당신은 어떻게 대처했는가.

▲우리는 2005년부터 2007년까지 시장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며 규제가 엄격하게 이뤄지지 않는 상태라고 생각했고, 이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었다. 그래서 당시 우리는 많은 자산을 매각했고 기준을 강화했으며, 부실채권 투자를 위한 자본을 조달했다. 우리는 2008년 4·4분기(포스트 리먼 사태)에 대부분의 자산을 투자했다. 투자는 모두 매우 잘 진행됐다. 당시 우리는 감정을 통제하고 분석적인 자세를 유지했기 때문에 이런 투자를 할 수 있었다.

―한국은 수출의존도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다. 미·중 통상마찰이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긴장이 약화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어떤 이는 요즘 미국과 중국이 '협조적인 경쟁(co-opetition)'의 시대로 접어들 것이라고 말한다. 그것이 맞는 것처럼 들린다. 상황은 나아져야 하지만 아마 완전히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지난 몇 개월간 한국의 소비자물가는 제로 수준에서 움직였다. 이들 두고 한국도 일본처럼 디플레이션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두 나라는 경제구조, 인구구조(고령화와 저출산)가 매우 흡사하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의 디플레이션 가능성에 대한 당신의 견해는.

▲한국에 대해 개별적인 전망을 할 수 있을 만큼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답변하기 어렵다. 하지만 제3자로서 추측하기론 한국은 더 큰 경제 역동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경제는 정치와 떨어져서 생각할 수 없다. 한국 시장에 관심이 큰 해외투자자들에게 북한 변수는 얼마나 중요한가.

▲이것은 내가 말하는 '개연성이 낮은 재앙'(improbable disaster)의 예이다. 가능성이 있으며 아주 안 좋을 수도 있다. 그러나 높은 확률을 부여할 수는 없다. 세상은 요즘 이러한 것들로 가득 차 있다.

―하워드 막스 메모는 전 세계 투자자들에게 소중한 지침서가 됐다. 당신은 메모를 쓸 때 어디서 영감을 얻나.

▲많은 자료들이다. 나는 다수의 개별적인 참조물을 읽고 이들을 함께 엮어 흥미로운 이야기로 결론을 짓는다. 또한 때때로 나는 독자들이 (마이너스 금리와 같은) 무엇인가를 설명함으로써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서 '투자와 마켓 사이클의 법칙'에서 사이클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러면서 "사이클을 경청하라"(Listen to the cycles)고 말한다.
어떻게 해야 일반 투자자들이 이런 능력을 갖출 수 있나.

▲과거의 사이클을 공부해야 한다. 오늘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잘 알아야 하고, 분석으로 감정주의를 극복하는지 확실히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이 책을 읽어야 한다.

정리= nvcess@fnnews.com 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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