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귀중한 국가 R&D, '예비타당성조사'와 함께

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2.01 17:22

수정 2019.12.02 15:29

[특별기고]귀중한 국가 R&D, '예비타당성조사'와 함께
과학기술혁신본부장으로 부임 후 우연히 '신과 함께'라는 영화를 보게 됐다. 이 영화는 정의롭게 살다 억울한 죽음을 맞이한 귀인(貴人)이 지나온 삶에 대해 사후 49일 동안 차사의 변호를 받으며 검사인 판관과 재판장인 대왕을 상대로 7가지 재판을 거쳐 통과하면 환생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작가의 상상 속 여러 요소들이 의외로 국가 연구개발(R&D) 예비타당성조사(예타)와도 유사한 면이 많다는 게 이 영화를 끝까지 보게 된 이유다. 귀중한 R&D사업 기획안이 주요쟁점에 대해 예타 착수 후 6개월 동안 주관부처의 소명을 더해가며 조사기관과 자문위원을 상대로 과학기술성, 정책성, 경제성 등 3가지의 타당성 조사를 거쳐 최종 통과해야 R&D사업으로 탄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비슷한 맥락 속에서 현장 체감도를 더욱 높이고자 추진된 이번 현장 중심의 R&D 예타제도 개선의 방향성에 대해 언급하겠다.

첫째, 장벽이 아닌 관문으로서의 예타. 장벽은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방해요소이지만 관문은 출입증이나 티켓 등 자격요건을 갖춘 사람에게는 장애가 되지 않는다.
각 사업유형에 맞는 자격요건을 갖추면 통과 가능한 관문이 되도록 R&D 예타를 개선하겠다. 복잡하고 불확실성이 높은 R&D의 특수성을 반영해 도전·혁신형 R&D는 경제성 평가 비중을 5% 이하로 대폭 낮춰 과학기술적 타당성을 중점으로 조사하고 성장형 R&D는 경제적 타당성을, 기반조성형 R&D는 정책적 타당성을 중점으로 조사할 계획이다. 자격을 갖춘 귀인에 해당하면 당연히 통과하는 R&D 예타가 되도록 하겠다.

둘째, 조사의 전문성과 평가의 합리성을 제고한 체계화된 예타. 여러 형태의 사업을 전문적으로 조사하기 위해 예타 조사기관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외에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을 추가로 지정하겠다. 다양하고 특화돼 가는 R&D 추세에 맞춰 판관을 추가하는 것이다. 조사기관을 다원화해 사업특성별 조사의 전문성을 강화하면서 상호 시너지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국가연구개발사업평가 총괄위원회 산하에 분야별 전문가 분과와 사업별 종합평가위원회를 별도로 구성, 조사와 분리해 운영함으로써 최고의 현장 전문가가 예타에 참여할 기회를 확대하겠다. 대규모 R&D의 생사여탈을 결정하는 판결을 판관이나 대왕이 단독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배심원을 추가해 전문성과 합리성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다.

셋째,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열린 예타. 예타 중 조사기관, 자문위원, 주관부처 간 대면기회를 추가하고 온라인 플랫폼인 '예타로'를 활용해 현장 연구자들의 의견도 수렴, 조사에 반영할 계획이다. 아울러 기획안의 완성도에 따른 맞춤형 사전컨설팅 운영을 통해 지원의 실효성도 더욱 높이고자 한다.
즉 귀인과 차사의 목소리를 최대한 듣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반영하는 판결이 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국가재정 효율화라는 예타 본연의 목적은 견지하되 충실한 기획으로 자격을 갖춘 R&D사업들이 예타 관문을 통과해 연구자들이 마음껏 연구할 수 있도록 주관부처, 조사기관과 함께 같은 눈높이에서 돕고 공감하는 과기혁신본부가 되도록 하겠다.
살려야만 하는 귀인은 반드시 환생토록 해야겠다는 게 차사, 판관, 대왕, 배심원, 지켜보는 관객 모두의 마음일 것이다.

김성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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