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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미 의회가 제동 건 방위비 분담금 인상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2.01 17:22

수정 2019.12.01 17:22

미국 의회가 트럼프 행정부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안에 제동을 걸려는 기류가 감지됐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상·하원이 심의 중인 2020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 법안에서 상원은 한국과 관련, "상당한 부담 분담 기여에 대해 칭찬한다"고 밝혔다는 소식이다. 특히 상원은 "국내총생산(GDP)의 약 2.5%인 한국의 국방비 지출은 동맹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간 한국을 "부자 나라"로 지칭하며 분담금 인상을 압박해온 트럼프 정부와는 확연히 결이 다른 목소리였다.

한·미 양국은 3~4일 워싱턴에서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회의를 재개한다. 미국 의회의 입장이 그 직전에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SMA 협상은 공동의 이익과 상호존중 그리고 한국의 상당한 기여를 적절히 고려하는 정신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권고로 우리 협상팀은 원군을 만난 격이다. 캠프험프리스 기지 건설과 같은 직접비용 분담 등 그간 한국의 재정적 기여에 대한 상원의 평가도 청신호다.

트럼프 정부는 그간 기존보다 무려 5배가 넘는 50억달러 선의 분담금을 한국 정부에 제시했다. 이처럼 과도한 인상폭에 대해 미국 언론과 민간 싱크탱크에서도 우려를 표시해 왔다. 윈윈은커녕 "모두 패배(Lose·Lose)한다"는 표현을 쓴 지난달 22일자 뉴욕타임스 사설이 대표적이다. 오죽하면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존 햄리 회장이 최근 "주한미군은 용병이 아니다"라고 일갈했겠나.

그럼에도 트럼프 정부는 한국을 본보기 삼아 일본·독일 등 동맹국들에 대해 전방위로 방위비 인상 압박을 펼칠 참이다.
세계경찰의 위상 대신 미국을 우선하고, 동맹의 가치도 금전적 거래로 환원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독특한 관점을 밑바탕에 깔고서다. 역설적이지만, 우리로선 이 같은 '트럼프 리스크'를 우려하는 미국 조야의 기류를 활용하면서 협상에 임하는 게 최선이다.
정부는 증액이 가능한 항목을 선제적으로 제시하면서 비상식적 증액으로 한국 내 반미정서를 키우면 장기적으로 미국의 국익을 해치게 된다는 논리를 당당하게 펼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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