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논단]

2020년의 희망을 얘기하자

금년은 참 이상하리만큼 조용하게 시작했다. 신문이건 방송이건 연초면 오가던 덕담도, 새해의 희망도 얘기하는 기사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지난 일년을 지나면서 보니 한반도의 정세가 암울하게 전개될 것을 예언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해방 후 우리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질서 속에서 스스로 자랑스러울 만큼 발전을 이뤄냈다. 우리의 경제력도 정보력도 군사력도 커진 만큼 우리는 스스로를 지킬 수 있고, 지난 세기에 당했던 것처럼 우리의 의사와 상관없이 한반도의 운명이 결정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 자신해왔다.

그런데 중국이 100여년 만에 초강대국으로 당당히 복귀하면서 세계질서의 주도권을 놓고 미국과 힘겨루기를 시작하자 우리의 역량은 시험대에 올랐다. 더구나 중국의 후원을 받는 북한이 군사적으로 미국까지 위협할 수 있는 한방을 갖추게 되고, 일본은 남한의 경제성장을 위협으로 느끼고 노골적으로 견제해왔으며, 미국마저 주한미군 감축을 고리로 방위비를 올리라고 우리를 압박하는 상황에 직면하면서 우리 정치권은 방향을 찾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모습으로 정말 우리가 한반도의 운명을 주도할 수 있을지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더구나 국제관계, 대북문제뿐 아니라 총선거까지 겹쳐서 더 크게 요동칠 2020년을 생각하면 불안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2020년을 돌파할 수 있으며 우리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버릴 수 없는 수많은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도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국민들의 성숙함과 세계의 문화를 이끌어가는 다음 세대들의 역동성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들은 수많은 굴곡을 겪으면서도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감당하며 나라 안팎의 어려움을 극복해 왔다. 정치권이 어느 한쪽에 치우치면 그에 대한 균형을 맞추는 선택을 통해 국가의 민주적 진보를 이루어냈다. 더구나 다음 세대는 우리 문화로 세계를 흥분시키며 우리 선조들이 꿈꿔온 문화대국의 씨를 뿌리고 있다.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승부는 문화콘텐츠에 달려 있음을 생각할 때 우리의 미래에 대한 자신감을 거둬들일 이유가 없다.

희망의 2020년을 위해서 그간의 어설픔으로 인해 생겨났던 불안감의 고리를 끊어내는 일은 정치권의 몫이다. 변화의 방향도 크기도 예측하지 못해 우왕좌왕하다 피할 수 있는 실수를 하고 나서 그 대가를 국민들이 치르게 하는 일은 이제 금년까지로 마감했으면 한다. 한달밖에 남지 않았지만 국민들의 성숙한 역량과 다음 세대들의 창의적 역동성을 묶어낼 방법을 찾아서 신년을 희망과 기대 속에서 맞을 수 있도록 준비해줄 것을 소망한다. 과거에 얽매인 일들은 금년까지로 정리해내고 신년에는 모든 국민이 미래의 모습을 그려내고 실천하는 일들로 화제를 삼게 해주기를 바란다.
이제는 진영논리를 벗어나고 민족감정을 넘어서 우리나라의 세계화 역량에 걸맞은 전문가들이 나서게 하여 우리의 가치가 새롭게 만들어져가는 세계질서 속에서 극대화되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충분히 할 수 있다. 12월 한달 내내 2020년에 할 일들과 기대로만 신문과 방송을 가득 채우면 된다. 부정적이고 편협한 의식의 부산물들은 지나가는 2019년에 묻어 보내고, 긍정적이고 열린 사고로 새해에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공정한 희망의 나라를 만들어 보자.

한헌수 숭실대 전자정보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