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5G 통신비 인하, 기업에 강제할 일 아니다

지난주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취임 후 처음으로 이동통신 3사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최 장관은 5G, 즉 5세대 이동통신에 대한 투자 확대와 함께 요금인하를 주문했다. 최 장관은 간담회 직전 기자들에게 "구체적으로 요금 수준이 정해진 것은 없다"면서도 "4만원대 이하의 중저가 요금제를 생각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정보통신 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수장으로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얘기다. 그러나 기업 입장에선 엄청난 압박을 느꼈을 가능성이 높다.

사실 정부와 이통 3사는 지난 4월 5G 상용화에 앞서 통신요금을 놓고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이통사들이 최저요금을 7만원대로 한 요금제를 설계·신청했지만 정부는 이를 한 차례 반려했다. 중저가 없이 고가 위주로 요금제를 구성했다는 이유에서였다. 5G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초기 투자비용과 서비스의 질 등을 감안하면 최저 7만원대 요금이 적정하다고 봤지만 이통사들은 정부의 권고안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게 현재의 5G 최저요금 5만5000원이다.

주파수가 공공재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통신요금에 개입할 여지는 있다. 가계 통신비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정부의 선의도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시장의 자율성을 해치는 지나친 가격 개입이 꼭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통신서비스는 민간시장이다.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되고, 여기에 경쟁과 혁신이 보태지면 자연히 가격은 내려간다. 지금처럼 통신사들의 요금 책정에 정부가 시시콜콜 개입하면 오히려 시장이 왜곡되고, 서비스·경쟁력 저하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사실을 정부는 염두에 둬야 한다.

이통사 CEO들은 최 장관의 요청에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내놨다.
"아직은 가입자가 부족하고, 망 구축 등에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지금 당장은 중저가 요금제 출시가 어렵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힌 셈이다. 통신비 인하 문제는 정부가 강제할 것이 아니라 업계와 긴밀한 대화를 통해 푸는 게 순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