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디지털세’ 맞서 전방위 보복관세 선언...유럽과 전면전 들어가나

미국 트럼프 정부의 무역 협상을 담당하고 있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오른쪽)와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AP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중국과 무역전쟁을 치르고 있는 미국이 이번에는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연합(EU) 회원국에게 대규모 보복관세를 예고하면서 양면전쟁을 치르겠다는 뜻을 밝혔다. 유럽은 아직 대응 정도를 공개하지 않았으나 앞서 '디지털세' 등 핵심 쟁점을 사수하겠다고 천명한 만큼 미국의 요구에 순순히 응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2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프랑스 디지털세에 대한 지난 5개월간의 조사결과를 공개했다. USTR은 "프랑스의 디지털세는 미국 기업들을 의도적으로 겨냥했다"고 지적하고 최대 100%의 보복관세를 물리겠다고 주장했다.

■프랑스 수입품 24억달러 규모에 보복
USTR은 무역법 301조에 따라 프랑스의 디지털세에 대한 보복 여부를 조사했다며 "해당 세제는 국제적인 조세정책에 부합하지 않고 미국 기업들에게 특발한 부담을 지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사 결과 디지털세는 특히 구글과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같은 미국 기업들을 차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날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는 "이번 보복 결정은 미국이 미 기업들을 차별하거나 미 기업들에게 과도한 부담을 씌우는 디지털세를 부과하는 정부에 맞서 행동에 나설 것이라는 분명한 신호"라고 주장했다.

디지털세는 조세회피를 위해 낮은 세율의 국가로 본사를 옮겨 다니는 다국적 IT 기업들에게 공정한 세무 부담을 지우기 위해 도입하는 세금으로, 지난해 유럽 차원에서 논의됐지만 합의가 나지 않았다. 프랑스 정부는 이에 독단적으로 디지털세 도입에 나서 지난 7월 다국적 IT 기업에게 매출의 3%를 받는 세법을 도입해 올해 1월부터 소급적용하기로 했다. 미국은 자국 IT 기업들이 가장 큰 피해를 받는다고 보고 보복관세 여부를 가리는 조사에 들어갔다. 그 결과 와인과 치즈, 핸드백 등 63개 품목, 24억달러(약 2조8488억원)어치의 프랑스 수입품에 최대 100%의 보복관세를 붙이기로 결정했다. USTR은 내년 1월 7일부터 일주일간 공청회를 개최할 예정이며 실제 보복관세 시행은 그 이후에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다른 유럽 국가들도 표적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이날 성명에서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 그리고 터키에 대한 보복관세 조사도 검토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 기업들을 부당하게 표적으로 잡은 EU 회원국들의 보호주의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영국 정부는 아직 프랑스처럼 시행은 하지 않았지만 지난 7월에 다국적 IT 기업의 매출의 2%를 거두는 디지털세 초안을 공개했고 2020년 4월에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탈리아 또한 내년 1월 1일부터 디지털세를 적용할 예정이며 오스트리아와 헝가리, 폴란드, 포르투갈 또한 내년까지 비슷한 법안을 선보일 계획이다. 터키는 비록 EU 회원국이 아니지만 현재 7.5%의 디지털세를 거두는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아울러 미국은 '에어버스 스캔들'에 따른 보복관세 역시 지속할 예정이다. USTR은 지난 10월 75억달러 규모의 EU산 수입품에 10~25%의 보복관세를 적용했다. 미 정부는 올해 4월부터 범유럽 항공기 제작사인 에어버스가 EU로부터 부당한 정부 보조금을 받아 미 기업이 피해를 봤으므로 보복하겠다고 주장했다.
세계무역기구(WTO)는 지난 10월에 EU가 1968~2006년까지 불법 보조금을 지급했다며 미국의 보복조치가 타당하다고 결정했고 EU는 즉각 이의를 제기했다. 그러나 WTO는 2일 발표에서 EU가 자신의 주장을 제대로 입증하지 못했다며 미국의 조치가 정당하다고 밝혔다. 한편 EU는 WTO에 미 정부 또한 미 항공기 제작사 보잉에 불법 보조금을 지급했다고 제소했고 판정 결과는 내년 상반기에 나올 예정이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