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그래도 악플은 이어진다

이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2.05 17:23

수정 2019.12.05 17:23

[기자수첩] 그래도 악플은 이어진다
한 달 전 즈음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선플 요정'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 대상이 누구든, 어떤 행동을 해서 기사가 났든 간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좋은 댓글을 달아주는 네티즌이었다. "사랑합니다. 응원할게요. 파이팅하세요." 읽기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진다며 많은 네티즌이 이름 모를 요정에게 칭찬을 보냈다. 악플에 지친 연예인이 스스로 세상을 등지는 일이 벌어지고 난 뒤라 더 마음에 와닿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온라인 분야를 담당하는 기자라 그런지 평소에도 숨 쉬듯 사람들의 댓글을 살피게 된다.
내 기사에 대한 댓글부터 시작해 커뮤니티 댓글, 유행하는 SNS 게시물의 댓글까지. "재밌다, 슬프다, 화가 난다"처럼 정상적 반응이 대부분이지만 개중에는 쉽게 입에 담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내용의 악플도 많다. 나쁜 의미로 정신이 번쩍 드는 악플을 목격하게 되는 것이 하루에도 십수 번이다.

그 대상도, 이유도 다양하다. 미움받는 누군가에겐 비난의 화살이, 사랑받는 다른 누군가에겐 질투의 칼날이 날아든다. 온라인상에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모두가 악플의 피해자가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악플로 고통받았다던 누군가와 안타까운 이별을 할 때마다 반성이 이뤄지지만, 그 학습효과는 오래가지 않는다. 대상만 바뀔 뿐이지 악플은 계속된다.

평범한 사람들의 잔인함을 가장 잘 엿볼 수 있는 대목이 악성 댓글이라는 생각을 했다.

'상습 악플러, 잡고 보니 평범한 직장인' '알고 보니 명문대 재학생'이라는 기사를 수도 없이 봤다. 대체 어떤 생각으로 이런 댓글을 달았을까. 악플이 나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은 결코 아닐 텐데. 딱히 그들의 '변명'을 이해하고 싶지도 않다.

사실 악플에는 뾰족한 대안이 있는 것이 아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표현의 전면적 규제는 더 큰 논란을 가져올 뿐이다. 결국엔 온라인에 존재하는 수많은 네티즌의 자유의지에 달린 일이다.
온라인 공간이 지속되는 한 언제 어디서든 악플은 이어지며, 익명이라는 가면에 숨어 야비한 공격을 일삼는 그들에 의해 누군가의 마음은 계속 멍들고 있을 테다.

sunset@fnnews.com 이혜진 e콘텐츠부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