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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故 김용균씨가 꿈꾸던 일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2.08 17:02

수정 2019.12.08 19:39

[차관칼럼]故 김용균씨가 꿈꾸던 일터
며칠 지나면 고 김용균씨가 산업재해로 돌아가신 지 1주년이 된다. 고 김용균씨의 산재 사망사고는 우리 사회 전반에 노동자 안전의 중요성을 크게 부각시켰고, 다시는 일터에서 노동자가 생명을 잃도록 해서는 안된다는 경종을 울렸다.

해마다 산업현장에서 10만여명이 다치고 1000여명이 사고로 사망하는 산업재해 문제를 더 이상 두고 볼 수는 없는 일이다. 노동자 1만명당 사고사망자 비율인 사망만인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대비 2배나 높고, 직간접 손실액만도 25조원에 달해 우리 사회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정부는 국민 한사람, 한사람의 생명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고 '자살, 교통사고, 산재사망' 절반 감축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을 추진했고, 고 김용균씨의 사망을 헛되이 해선 안된다는 국민의 뜻이 모아져 지난해 국회를 통과, 다음달 16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28년 만에 전부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은 크게 네가지 사항을 핵심으로 한다.


첫째, 법의 보호대상을 전통적 임금근로자로 한정하지 않고 '노무를 제공하는 자'로 확대해 특수형태 근로 종사자와 플랫폼을 통한 배달 종사자에 대한 안전보건조치를 포함했다.

둘째, 안전보건조치 책임을 사업주에서 대표이사, 건설공사의 발주자,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등으로 확대했다. 산재예방은 사업장에서의 안전조치 및 안전수칙 준수뿐 아니라 기업의 안전에 대한 투자가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셋째, 도급인, 즉 원청 사업주의 책임을 대폭 강화했다. 도급인의 사업장에서는 도급인이 수급인과 동일하게 안전보건조치 책임을 지도록 하고, 산재예방 능력을 갖춘 적격수급인을 선정할 의무도 부과했다. 아울러 장시간 노출 시 직업병을 유발할 수 있는 수은·납·카드뮴 등의 작업, 농도 1% 이상의 황산·불화수소 등의 작업은 각각 금지하거나 승인을 받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안전보건조치 위반 원청 사업주에 대한 처벌을 강화했다. 안전조치 위반 시 처벌을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상향했다. 수급인의 노동자가 산재로 사망 시 도급인에게도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미만의 벌금을 부과토록 했다. 5년 내 반복 사망에는 가중처벌, 법인에 대한 벌금도 10억원으로 상향했다.

우리나라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더 빠르게 성장해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에 진입했다. 그러나 유독 안전분야의 발전은 더뎠다. OECD 국가들과 비교한 산재사망사고 만인율은 독일 0.13, 일본 0.17, 미국 0.13인 반면 우리나라는 0.51로 가장 높다. 이에 정부는 산재사망사고 만인율을 2022년까지 0.27까지 낮추는 목표를 세웠다. 금년 11월 말 현재 지난해 동일 기준으로 보면 산재사망이 100여명 감소했다. 그러나 절반 감축 목표를 달성하려면 정부의 노력이나 법·제도 개선만으로는 부족하다.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새로이 책임이 부여된 기업의 대표이사, 발주자를 포함해 현장의 관리자, 노동자를 비롯한 모두가 노동자의 안전에 대한 권리의 중요성과 무게감을 체감하며 개정법을 준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도 전국 사업장을 발로 뛰는 점검과 감독, 안전보건 조치 도입 지원을 강화해 나갈 것이다.


오는 12월 11일 1주기를 맞는 고 김용균씨를 추모하며 그가 남긴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을 통해 대한민국의 모든 일터를 안전하고 건강하게 만들겠다는 각오를 다시 다져본다.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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