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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애플만도 못한 코스피 시총, 한국 경제의 민낯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2.08 17:02

수정 2019.12.08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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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선 혁신기업 속출하는데
우리는 타다금지법 역주행
미국 혁신기업 애플의 시가총액이 한국 코스피 시총을 넘어섰다. 지난 4일 세계 1위 애플의 시총은 1조1630억달러로 우리돈 약 1388조원에 이르렀다. 같은 날 900여개 상장사로 이뤄진 코스피 시총은 약 1384조원(5일 종가 기준)에 그쳤다. 애플 시총이 코스피 전체 시총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애플은 여건이 좋다. 주무대인 미국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이 20조5000억달러로 한국(1조7200억달러)보다 12배나 큰 시장이다.
애플 주식이 거래되는 뉴욕 증시의 규모도 서울 증시에 비할 바가 아니다. 하지만 이를 고려해도 애플 시총이 코스피를 앞질렀다는 데서 오는 당혹감은 어쩔 수가 없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 애플은 21세기 혁신을 주도한다. 미국 정부나 의회는 애플이 무슨 일을 하든 끼어들지 않았다. 페이스북, 넷플릭스, 아마존, 구글 등 다른 혁신기업들도 전통 제조업체들을 밀어내고 시총 상위에 자리잡았다. 이들이 미국의 높은 성장률을 떠받치는 일등공신이다. 뉴욕증시의 다우지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도 연일 신기록을 쓰는 중이다.

한국은 미국과 정확히 거꾸로 간다. 지난 주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 일명 타다금지법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상임위 여야 의원 가운데 단 한 명도 반대하지 않았다. 내년 총선을 앞둔 정치인들은 똘똘 뭉쳐 혁신 대신 기득권 편에 섰다. 이런 일이 혁신성장을 내세운 문재인정부에서 벌어지고 있다. 정부 정책에 사사건건 반대하는 자유한국당이 더불어민주당과 한 배에 탔다는 것 또한 놀랍다.

경제학자 조셉 슘페터는 창조적 파괴를 자본주의의 본질로 꼽았다. 슘페터가 창조적 공생 대신 파괴를 말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18세기 산업혁명 당시 러다이트운동에서 보듯 혁신은 불가피하게 기득권과 충돌한다. 이때 미국 같은 나라는 파괴를 용인한다. 길게 보면 파괴, 곧 혁신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든다고 믿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 국회는 19세기 적기법을 제정한 영국 의회의 후예들이다.

애플 주가는 올해 60% 넘게 뛰었다.
코스피는 수년째 박스권에 갇혀 있다. 코스피는 규제와 기득권의 늪에 빠진 한국 경제의 축소판이다.
타다금지법 같은 반혁신법안이 활개를 치는 한 애플과 코스피의 시총은 갈수록 벌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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