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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오죽하면 상의가 '규제트리'까지 그릴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2.08 17:02

수정 2019.12.08 17:11

국내 신산업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대못규제, 중복규제, 소극규제 등 3대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는 8일 하나의 산업을 둘러싸고 나뭇가지처럼 얽혀있는 연관 규제를 도식화한 '규제트리'를 공개하고 "이미 뒤처진 신산업 분야에서 경쟁국을 따라잡으려면 무엇보다 각종 규제를 정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부처 간 협력을 위한 컨트롤타워 기능을 강화해 이중삼중으로 쳐져 있는 규제를 중점관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재계가 오죽하면 규제트리라는 개념까지 만들어 발표하는 상황에 이르렀는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러면서 대한상의가 대표적 대못규제 사례로 지목한 것이 '데이터 3법'이다. 상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정부가 선도사업으로 선정한 △바이오·헬스 △드론 △핀테크 △인공지능(AI) 등 4개 분야 19개 사업 가운데 63%에 해당하는 12개 사업이 데이터 3법에 가로막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예를 들면 바이오·헬스 분야는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에 원격진료 등 첨단 서비스가 불가능하고, AI 분야는 개인정보보호법과 정보통신망법에 막혀 빅데이터 활용이 제한되고 있다. 또 신용정보법은 중금리 대출 등 핀테크를 활용한 신규 금융서비스 출시를 어렵게 하고 있다.

지난달 말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긴급회견을 자청해 데이터 3법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박 회장은 이날 "미국과 중국, 일본은 일찌감치 데이터 관련 규제를 풀어 앞서가고 있는데 우리는 첫 단추조차 끼우지 못하고 있다"며 "데이터 3법 처리는 단순히 기업의 사업 기회만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가 달린 중대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제 더 이상 젊은이들을 나락으로 떨어뜨리지 않게 해달라"고도 했다.

데이터 3법은 현재 8분 능선을 넘은 상태다. 진통 끝에 3법 모두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어 법제사법위원회 의결과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상정 등으로 파행을 겪고 있는 국회 상황을 감안하면 여전히 본회의 통과를 낙관하기 어렵다. 데이터 3법이 이번에도 통과되지 못하면 20대 국회에선 자동폐기될 공산이 크다.
이렇게 되면 우리의 신산업은 또 뒷걸음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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