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소나기 피하고 보자"… 20억 넘는 강남 고가아파트 거래 뚝

김현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2.08 17:09

수정 2019.12.08 17:09

서울시 총거래량 한달새 반토막
재건축 몰린 강남·송파 거래 급감
강남 3구, 평균 매매가 억대 내려
서초구 1억7000만원 빠져
최근 서울 강남의 20억원이 넘는 고가아파트 거래가 자취를 감췄다. 비교적 가격이 낮은 주택만 거래되다 보니 거래 완료된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 또한 큰 폭으로 하락했다. 고가 아파트들이 즐비한 '강남 3구' 전체에서 가구당 평균 매매가는 모조리 억대 수준으로 빠졌는데, 서초구는 1억7000만원, 송파구는 약 7000만원이 떨어졌다.

10월 중순께 정부가 강남을 중심으로 부동산거래의 자금출처 및 불법여부를 들여다보고 심할 경우 세무조사에 나서겠다고 엄포를 놓자 소위 부자들의 몸 사리기가 시작된 것으로 분석된다. 11월에는 가격 뿐 아니라 거래량도 급격히 줄었는데, 지난달 서울의 아파트 거래량은 전달 대비 반의 반 토막이 났다.

■11월에만 평균매매가 곤두박질

8일 부동산업계 자료에 따르면 올해 서울시 25개 자치구의 가구당 평균 매매가는 10월까지는 꾸준히 올랐다.


강남구만 보더라도 올해 3월 가구당 평균 매매가는 16억4900만원에서 10월 18억9700만원이 될 때 까지 상승곡선을 그렸다. 하지만 11월(30일 기준)에는 이 금액이 16억7500만원으로 약 2억2000만원 급락했다. 서초구 역시 같은 기간 16억7000만원에서 9월 최고점인 18억원을 기록한 후 10월 16억9400만원 11월 15억2500만원으로 줄었다.

이는 한국감정원이 발표하는 서울 집값 조사와는 상반되는 결과다.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서울 집값은 이달에 0.5%가 오르며 10월 상승폭인 0.44%보다 더 올랐다. 올해 7월 이후에는 서울 집값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적이 아예 없다.

두 수치가 극단적으로 갈리는 이유는 가구별 평균 매매가의 경우 해당 월의 전체 거래량의 총액을 거래 건수로 나누다보니 고가 아파트 거래가 사라진 부분이 고스란히 반영됐기 때문이다.

■국토부 현장단속에 거래 꽁꽁

고가아파트 거래 감소 분위기는 사실상 10월 중순부터 시작됐다. 국토교통부가 강남 공인중개업소 불법행위 현장단속에 나선 지난 10월 14일에는 대치동 인근의 공인중개업소들이 조사를 피해 수일간 문을 닫아걸었고 매수 문의 자체도 줄었다. 게다가 앞으로 상시적으로 실시되는 점검을 통해 부동산 거래 뿐 아니라 국세청과 함께 하는 소득조사까지 병행될 수 있다는 공포심이 확산되자 11월 들어 고가아파트 거래가 얼어붙었다.

정부의 이번 고강도 실거래 집중조사는 8~9월 거래분을 대상으로 했지만 "괜히 집 사다 세무조사 당할라"는 시장의 공포 심리는 11월에 본격적으로 나타난 셈이다. 실제 강남 고가단지의 실거래 신고내역을 보면 이런 심리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강남구 대치동의 래미안대치팰리스의 경우 10월 실거래가로 신고된 거래 건수는 9건이었는데 11월에는 0건이다. 인근의 대치아이파크의 경우도 같은 기간 6건에서 1건으로 줄었다. 실거래가 신고기한인 한 달여의 여유를 고려한다고 해도 두 단지 모두 거래가 급감했음을 볼 수 있다. 이들 단지는 대형평형이 30억원을 훌쩍 넘는 고가 단지들이다.

■평균 매매가 높은 강남·송파 '급감'

지난달 주택 거래량 감소는 서울시 25개 자치구 대부분에서 나타났는데 평균매매가격이 높거나 투자수요에 좌우되는 재건축 단지가 몰린 강남구와 송파구에서 이런 현상이 더 두드러졌다.

부동산정보광장 매매 현황에 따르면 서울시 전체 거래량은 10월 9313건에서 11월 2534건으로 반의 반토막 수준인 27.2% 수준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강남구는 452건에서 89건으로 줄어 19.7%를, 송파구는 662건에서 101건으로 줄어 15.2%에 그쳤다.

게다가 11월에는 분양가상한제 발표가 잇달으며 강남의 부동산 심리를 한차례 더 꺾어놓은 영향도 거래량 감소에 한몫을 했다.


부동산업계 한 전문가는 "정부의 세무조사와 분양가상한제 실시가 겹치자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며 강남 고가아파트 매입 시기를 늦추는 현상이 발생된 것으로 보인다"며 "기존 매매시장이나 재건축을 규제하다보니 '여기 막으면 저기가 터지는 식'으로 오히려 서울 분양시장이 달아오르는 풍선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kimhw@fnnews.com 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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