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부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서도 스마트시티 관계장관 회의가 따로 열렸다. 개발도상국들이 하나같이 스마트시티에 열의를 보이는 까닭이 뭔가. 단순히 도시로 몰려드는 이들을 위한 정주공간 조성 차원을 넘어 '지능형 미래도시'를 만들려는 의도다. 언젠가 구글이 그 청사진을 내놓았다. 행인의 움직임까지 감지하는 교통신호체계에다 자동으로 폐기물을 분리해 열에너지로 재활용하는 친환경시스템을 갖춘 도시다.
스마트시티 조성은 개발도상국으로서 '후발자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수순이다. 산업화와 4차 산업혁명 대응을 동시에 추구하면서다. 사우디아라비아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직접 챙기는 '네옴 신도시'가 대표적이다. 사막에 서울의 약 44배 면적의 특별경제구역을 건설한다지만 규모만 눈에 띄는 게 아니다. 정보기술(IT)과 생명공학, 엔터테인먼트 등을 망라한 최첨단 산업을 유치하려는 야심이 더 놀랍다. 이 같은 신흥시장의 스마트시티는 우리의 차세대 먹거리임은 분명하다. 풍부한 신도시 건설 경험에다 세계 수준의 정보통신기술(ICT)을 갖고 있어서다.
앞으로 '사막의 실리콘밸리' 격인 네옴 신도시 수주전에서 우리 기업들은 테슬라나 소프트뱅크 등 글로벌 기업과 경쟁해야 한다. 토목·건축이든, 플랜트든 건설시장은 공기 단축이 곧 국제경쟁력이다. 그러나 요즘 한국 업체들의 경쟁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말도 들린다. 해외시장에서 한국 기술자들이 주 52시간제에 발이 묶여 현지 근로자들은 일하는데도 작업 현장에 접근하지 못하는 기현상까지 벌어지면서다. 정부가 더 과감한 규제개혁으로 신흥국들이 원하는 스마트시티 조성 '속도전'에 부응할 때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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