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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공정위가 혁신에서 더 큰 목소리를 내달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2.09 17:48

수정 2019.12.09 17:48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타다금지법과 관련해 "정말 이해가 안돼 가슴이 답답하다"고 9일 밝혔다. "택시를 보호하려는 의도는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미래를 막아버리는 방법이 유일한 대안인가"라며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이 안간다"고도 했다. 평소 정부와 국회에 규제혁신을 촉구해온 박 회장의 막막한 심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황당하기는 벤처업계도 마찬가지다. 이번 사태로 영업중단 위기에 놓인 이재웅 쏘카 대표는 "할 말을 잃었다"며 "이번 개정법안 논의에는 국민편익이나 신산업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었다"고 탄식했다. 벤처업계는 이번 사태가 승차공유를 넘어 신산업 창업 중단으로까지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타다금지법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가장 아쉬운 대목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의견이 묻혀버린 점이다. 공정위는 지난 5일 "타다를 법령에서 원칙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경쟁촉진 및 소비자 후생 측면에서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하루 만에 "공정위 검토의견은 경쟁당국으로서 의견을 내놓은 것으로, 법안에 반대의견을 제시한 것은 아니다"라며 한발 물러섰다. 청와대와 국토부 등이 "수십만 택시가 피해를 본다"며 타다금지법 찬성 의견을 내놓자 공정위가 갑자기 입장을 바꿨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치적 고려를 할 수밖에 없었던 점을 이해 못하는 바 아니지만, 반대 의견이 단박에 묵살되는 현실이 안타깝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2017년 6월 문재인정부 초대 공정위원장에 취임하면서 "경쟁법의 목적은 경쟁을 보호하는 것이지, 경쟁자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장의 경쟁구조를 유지·강화함으로써 소비자 후생을 증진하는 것이 경쟁당국, 즉 공정위의 궁극적 목적"이라고 했다. 공정위가 처음에 타다금지법에 반대 입장을 명확히 밝힌 것은 아마도 이런 공정위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하지만 공정위는 하루 만에 입장을 번복하면서 결과적으로 경쟁이 아니라 경쟁자를 보호하는 '반쪽짜리 호민관'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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