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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모습은 투명성 강화… 총수 빠진 이사회 ‘책임경영’ 한계[2019년 대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

김경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2.09 18:23

수정 2019.12.09 18:23

19곳, 총수 본인 이사 등재 안돼
세대교체·열악한 경영환경 부담
이사회 안건 원안 가결률 99.6%
사외이사 늘었지만 ‘거수기’ 여전
겉모습은 투명성 강화… 총수 빠진 이사회 ‘책임경영’ 한계[2019년 대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
대기업집단 총수 본인이 이사로 등재된 회사가 최근 5년래 처음으로 5% 아래로 떨어졌다. 기업별 세대교체에 따른 영향도 있으나 점점 기업하기 힘든 환경이 총수들의 책임경영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총수들은 전문경영인(CEO)에게 자리를 내주고 사외이사를 대폭 늘려 투명경영을 강화하는 추세다.

■사라지는 '총수 이사', 경영은 CEO

9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19년 대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에 따르면 2년 연속 분석대상인 47개 집단 기준 총수 일가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는 지난해 대비 3.8%포인트 감소한 17.9%를 기록했다. 총수 본인이 등재된 회사 비율도 8.0%에서 7.2%로 하락했다. 올해 LG, 한진, 코오롱, 금호아시아나 등 동일인 변경과 일부 총수의 경영퇴진 때문으로 풀이된다.


총수 일가 이사 등재회사 비율은 집단별로 큰 차이를 보였다. 총수 일가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의 비중은 부영(79.2%), KCC(78.6%), 셀트리온(70.0%), SM(69.2%), OCI(57.9%)순으로 높고 삼천리(0.0%), DB(0.0%), 미래에셋(0.0%), 한화(0.0%), 코오롱(2.4%) 순으로 낮았다.

최근 5년으로 보면 총수 이사등재 회사의 비율은 5%대 초반을 유지하다 올해는 하락했다. 총수 본인이 이사로 등재되지 않은 집단은 19개이고, 그중 10개는 총수 2·3세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도 전혀 없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문재인정부가 반환점을 돌면서 친기업 행보를 통해 경제 살리기에 집중하지 않겠느냐는 기대도 있었다"면서 "그러나 바뀐 것은 없다. 여전히 사정기관의 서슬이 퍼런데 몸을 사리는 것이 당연하지 않나. 정부가 오히려 책임경영을 위축시킨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력회사에서 총수 일가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 비율은 41.7%로, 기타회사 비율(16.1%) 및 전체회사 비율(17.8%)보다 월등히 높았다. 지주회사 체제의 경우는 총수 일가(84.6%) 및 총수(53.8%)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의 비율이 매우 높았다.

사익편취 규제 대상회사의 경우 총수 일가 이사등재 비율이 56.6%, 사각지대 회사에서도 23.0%였다. 특히 총수 2·3세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 중 사익편취 규제대상 및 사각지대 회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67.8%에 달했다.

■사외이사 늘었지만 아직은 '예스맨'

56개 공시대상 기업집단 소속 250개 상장회사의 사외이사는 810명으로 전체 이사의 51.3%를 차지했다. 250개 상장사가 관련법에 따라 선임해야 하는 사외이사는 725명인데 85명을 초과해 선임한 것이다. 그만큼 이사회 내 사외이사의 힘이 세지고, 기업을 감시할 눈도 많아지면서 지배구조 투명화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회사별로는 평균 3.24명의 사외이사를 선임했다. 총수가 있는 집단의 사외이사 비중(51.46%)이 총수 없는 기업집단(50.00%)보다 약간 높다.

그룹별로는 한국투자금융(75.0%), 교보생명보험(75.0%), 금호석유화학(70.0%), KT&G(69.2%), 대우건설(66.7%) 순이었다. 이랜드(16.7%), 호반건설(25.0%), 넥슨(25.0%), 동원(33.3%), 코오롱(40.6%) 등은 사외이사 비중이 평균을 밑돌았다.

다만 여전히 '거수기 사외이사'라는 비판은 피해가지 못했다. 사외이사의 이사회 참석률은 95%에 달했으나 최근 1년간 이사회 안건 6722건 중 사외이사 반대로 원안 통과되지 않은 안건은 24건에 그쳤다. 이사회 안건 가운데 대규모 내부거래 관련 안건 755건(11.2%)이 모두 원안 가결됐다. 사익편취 규제대상에 해당하는 상장사도 이사회 원안 가결률이 100%였다.


또 이사회 및 위원회의 대규모 내부거래에 대한 심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수의계약으로 체결한 내부거래 안건 331건 중 수의계약 사유를 기재하지 않은 안건이 268건으로 전체 안건의 80.9%에 육박했다.
시장가격 검토·대안비교 및 법적 쟁점 등 거래관련 검토사항이 별도로 기재되지 않은 안건도 231건(68.5%)이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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