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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마비 '폴리오' 바이러스 필리핀서 유행…여행시 예방접종 필요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2.11 16:46

수정 2019.12.11 16:46

소아마비 '폴리오' 바이러스 필리핀서 유행…여행시 예방접종 필요

[파이낸셜뉴스] 필리핀에서 영유아에 치명적인 소아마비를 일으키는 폴리오 바이러스(Poliovirus) 감염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이 지역은 국내 여행객 선호도 최상위권인 세부, 보라카이 등 관광지가 많아 감염 방지를 위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성인이 감염되면 가벼운 감기 증상만으로 지나갈 수 있지만 바이러스를 영유아에게 전염시키면 치명적일 수 있고 마땅한 치료제도 없어 예방접종이 최소한의 안전조치다.

외교부 해외안전여행 소식에 따르면 지난 9월 14일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섬 남라나오주에 거주하는 3세 여아가 최초로 폴리오 바이러스에 감염된 뒤 라구나주(1건), 민다나오섬 마긴다나오주(2건), 술탄쿠다랏주(1건), 북부 코타바토주(1건), 마권다나오주 코타바토시(1건) 등 광범위한 지역에 걸쳐 환자가 발생했다. 지난 11월 20일 기준 영유아 7명이 감염된 것으로 집계됐다.

필리핀 보건당국은 4주 이상 체류 또는 관광하는 모든 방문자에게 도착 4주 전 불활성폴리오백신(Inactivated Polio Vaccine, IPV) 예방접종을 권장했다.
미리 접종을 하지 못했더라도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접종한 뒤 입국해달라고 안내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폴리오 발생 지역의 모든 여행자와 체류자를 대상으로 폴리오 예방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필리핀에서 다른 국가로 출국하는 경우에는 예방접종기록을 확인해 필요하면 필리핀 검역소(Bureau of Quarantrine)에서 IPV를 무료로 접종받은 뒤 국제예방접종증명서(ICV)를 발급받아야 한다. 필리핀 정부는 지난 9월 19일 필리핀 전역에 소아마비 발생을 선언하고 10월 중순부터 마닐라, 민다나오섬 등에서 가정방문 예방접종을 시작했다.

폴리오 바이러스는 보통 오염된 물을 매개로 전염된다. 주로 15세 이하, 특히 1~3세 소아에서 많이 발생하고 연령이 낮을 수록 예후가 좋지 않다. 감염된 환자의 1~5%는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바이러스는 구강을 통해 침투한 뒤 약 3~35일 정도 잠복기를 거쳐 인두와 장관에서 증식해 국소 림프계를 침범하고, 혈액을 통해 중추신경계에 도달한다. 척수 전각과 뇌간의 운동신경세포를 파괴해 마비 증상을 일으킨다.

소아마비로 알려진 질환으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사람이 있는 반면, 일부에선 회색질 척수염 또는 수막염이 발생한다. 심하면 팔이나 다리를 움직일 수 없는 마비성 회색질 척수염이 발생해 영구적 장애가 생길 수 있다. 이 때 호흡근 마비가 동반되면 사망한다.

폴리오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특별한 치료법이 없다. 신경 증상에 대한 보존치료를 시행하고 증상이 호전된 뒤에는 마비로 회복되지 않은 부위에 재활치료를 한다. 급성 소아마비에서 회복돼도 일부는 15~50년 동안 약간의 근육 통증, 허약함, 근육퇴화 등을 겪는 폴리오증후군(post-polio syndrome)을 겪는다.

예방접종이 유일한 치료법으로 성인의 경우 과거에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면 1회만 접종받으면 된다. 이전에 완료하지 못했다면 총 4회에서 남은 횟수만큼 실시해야 한다. 소아마비 백신을 접종한 적이 없다면 1~2개월 간격으로 2회 접종하고 6~12개월 뒤 3차 접종을 시행한다.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다면 첫 접종 4주 뒤에 2회차 접종을 실시하고 이후 6개월 간격으로 맞으면 된다. 성인도 안심할 수 없으므로 '트래블 백신(travel vaccine)의 개념으로 맞아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영유아에선 생후 2개월, 4개월째에 두 번 주사를 맞고 3회차는 6~18개월, 4회차는 만 4~6세 접종이 권장된다.

국내에선 1960년대 감염자 수가 6000명을 상회하다가 1983년 마지막 환자 발생 이후 감염환자는 없었다.
WHO는 2000년 10월 한국을 포함한 서태평양 지역 37개국에서 폴리오 박멸을 선언했으나 이번 필리핀 발병 사례로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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