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전자법정 수백억대 입찰비리 공무원·업체직원 2심도 중형

박지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2.11 17:32

수정 2019.12.11 19:07

前 법원행정처 과장 징역 8년
입찰방해죄 무죄 인정, 2년 감형
내부고발직원 1심 파기, 선고유예
대법원 전자법정 입찰과정에서 뒷돈을 받은 업체에 수백억원대의 일감을 몰아준 혐의로 기소된 전직 법원공무원과 업체직원들이 2심에서도 중형을 선고받았다. 다만 공범이지만 내부고발로 입찰비리를 세상에 알린 납품업체 직원은 선고유예를 받았다.

■비리 제보한 고발자, 선고유예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위반(뇌물)등 혐의로 1심에서 징역10년을 선고받은 강모 전 법원행정처 전산정보관리국 과장에게 징역8년에 벌금 7억2000만원, 추징금 3억5000여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입찰방해죄는 무죄로 판단했다.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10년을 선고받은 손모 전 사이버안전과장도 2년이 줄어든 징역 8년을 선고에 벌금 5억2000만원, 추징금 1억8000여만원을, 행정처 행정관 유모씨에게는 1심서 선고한 징역 6년에서 1년 줄어든 징역 5년과 벌금 1억2000만원이 선고됐다.

입찰비리를 언론 제보를 통해 알린 납품업체 직원 이모씨는 1심에서 징역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2심 재판부는 징역1년의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죄 행위를 언론에 제보해 기사화할 수 있게 했고, 이를 매개로 국회의원실과 소통하면서 이 사건 입찰비리가 공론화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했다"며 "피고인이 공범이긴 하나 공범이었기 때문에 내부 비리를 알 수 있었고 내부고발자로서 언론에 제보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부고발자는 우리 사회가 보호해야 하고 양형에서도 그 취지를 참작해야 우리 사회가 좀 더 깨끗해 질 수 있다"며 "피고인의 언론 제보가 없었다면 범죄 행각은 묻히고 말았을 것이다. 내부고발 덕분에 전산 관련 사법행정이 향후 투명하게 이뤄질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점을 양형에서 유리한 자료로 충분히 참작했다"고 강조했다.

유씨의 후임이자 부정처사후수뢰등 혐의로 기소된 행정관 이모씨에게는 1심과 마찬가지로 집행유예형이 선고됐다.

강 전 과장 등에게 뇌물을 주고 법원 발주사업을 따낸 행정처 공무원 출신 전산장비 납품업체 관계자 남모씨는 1심보다 2년이 줄어든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1심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남씨의 동업자 손모씨에게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남씨와 공모해 입찰담합 등에 가담한 납품업체 관계자들에게는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나 벌금형이 선고됐다.

전자법정 구축사업 담당실무자 강 전 과장 등은 2011년부터 7년에 걸쳐 남씨 등 납품업체 관계자들로부터 수시 또는 사업수주 때 수억원을 뇌물로 받은 혐의를 받는다.

■前 동료들 전폭적 지원에 사업 독점

이들은 업체로부터 법인카드를 제공받아 약 4년간 생활비 등에 3억원 상당을 사용하는 수법으로 거액의 뇌물을 수수하기도 했다. 이들은 그 대가로 남씨 등이 요구한대로 특정 납품업체가 판권을 독점한 제품 사양에 맞춰 법원 전산화사업 입찰 제안을 하거나 관련 기밀을 유출해 남씨 등이 지정한 업체들이 당해 사업을 독점할 수 있도록 조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남씨는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법원 직원에게 6억원의 뇌물을 공여하고 법원 기밀을 이용해 243억원 상당의 법원 사업을 수주한 혐의를 받는다. 또 2013년부터 2016년까지 타업체의 법원 사업 수주에 개입해 7억1000만원을 수수하고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는 회사 자금 23억원을 유용한 혐의도 있다.


남씨는 2000년 전산주사보 재직 때 동료 직원들의 권유를 받고 퇴직해 납품업체를 설립, 전 동료들의 지원 아래 20년 가까이 관련 법원 발주사업을 독점한 것으로 조사됐다.

pja@fnnews.com 박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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