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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수축사회

염주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2.11 17:37

수정 2019.12.11 17:37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의 세가지 특징을 꼽는다면 저성장·저물가·저금리다. 1990년대 초 일본 경제는 자산거품이 꺼지면서 유례없는 장기불황에 빠졌다. 1992~2011년 연평균 성장률은 0.8%에 그쳤다. 연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를 기록했고, 국채금리는 마이너스권에 머물렀다. 국민경제의 3대 핵심 변수인 성장률, 물가, 금리가 모두 제로 수준을 맴돌아 3저 불황으로 불렸다.

독일과 미국 등 세계 주요국 경제가 일본의 3저 불황을 닮아가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 같은 현상을 '세계경제의 일본화(Japanization)'로 명명했다. 최근 보도에서 "세계경제가 미·중 무역전쟁의 영향으로 침체(Recession) 위기에 직면하고 있지만 R의 공포보다 더 무서운 것이 J의 공포"라고 지적했다. J는 일본화를 지칭하는 말이다. 실제로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연초 대비 반토막이 났다. 유럽 경제의 '기관차' 역할을 하는 독일은 국채금리가 마이너스권까지 하락했지만 경기가 살아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 경제도 일본화 양상이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1.25%로 역대 최저수준까지 떨어졌고, 내년에는 0%대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경기회복 조짐이 가시화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외 기관들은 올해 1%대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내년에도 2%대 초반에 머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3%대였던 성장률 마지노선이 불과 1년 만에 2%대로 떨어졌다.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이미 2%대 초반까지 하락했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 경제의 저성장 구조를 사회적 현상으로 보는 시각이 대두하고 있다.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전 산업자원부 장관)은 10일 한 학술행사에서 "우리 사회는 수축사회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축소·불균형 경제와 함께 기업가정신과 근로정신이 손상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우리 경제와 사회가 성장기를 지나 노화·수축기로 접어든 것은 아닐까.

y1983010@fnnews.com 염주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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