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정유사들 ‘벙커C유 감산’ 빛났다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2.11 18:16

수정 2019.12.11 18:16

최근 벙커C유 가격 추락하며
팔면 팔수록 손실 커지는 상황
국내 업체 선제대응으로 실적 개선
벙커C유(고유황중유)가격이 날개없이 추락하고 있는 가운데 선제적으로 벙커C유 생산을 줄인 국내 정유사들의 실적이 개선될 전망이다. 특히 에쓰오일의 경우 지난해 11월부터 고도화 시설을 가동해 전체 석유제품 생산량중 벙커C유가 차지하는 비중을 기존 12%에서 4%까지 줄였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싱가포르 시장에서 복합정제 마진은 배럴당 1달에도 못 미치는 0.2달러다. 지난달 말에는 복합정제마진이 마이너스까지 기록해 제품을 생산할 수록 적자가 생기는 구조였다. 싱가포르 정제마진이 낮게 형성되는 이유는 벙커C유 가격 때문이다. 복합정제마진은 휘발유, 경유, 벙커C유 등의 판매가격과 원유구입 가격의 차이를 말한다.
휘발유, 경유 가격은 원유 가격보다 높지만 벙커C유 가격이 하락하면서 복합정제마진 자체를 끌어내리고 있는 셈이다.

지난 9월 이후 두바이유의 가격은 배럴당 57달러에서 63달러 선에서 움직였다. 같은 기간 휘발유(92RON) 가격은 67달러에서 73달러였고 경유(0.05%)는 73달러에서 85달러 사이에서 움직였다. 반면 해상연료로 쓰이는 벙커C(380cst/3.5%)의 제품 가격은 71달러에서 35달러까지 급락했다.

원유와의 가격 차이도 지속적으로 벌어졌다. 벙커C유와 원유의 가격차는 지난 9월 평균 배럴당 0.7달러에서 10월 마이너스(-)12.8달러, 11월 -23.5달러로 커졌고 이달 들어서도 배럴당 -25.9달러(10일 기준)로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어 벙커C유 중질유는 팔수록 손실이 커지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벙커C유 가격이 2020년 1월 국제해사기구(IMO)의 연료유 황 함량 규제 강화(3.5%→0.5%) 시행을 앞두고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업계는 앞으로도 벙커C유와 경질 제품 간의 마진 차이가 점차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주요 선사들은 IMO 규제 대응을 위해 11월부터 저유황 연료유 및 해상용 경유를 구입하기 시작했으며 벙커C유 마진 급락은 IMO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업체 중에서는 에쓰오일이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지난해 11월 잔사유 고도화시설(RUC)을 가동하면서 벙커C유 생산을 크게 줄였다.
또 중질유수첨탈황 공정개선을 통해 고유황유를 고부가가치인 저유황 선박유로 전환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결국 원유정제 과정에서 생산되는 고유황 연료유를 대부분 재처리해 휘발유 등의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판매하고 있어 최근 벙커C유 가격 급락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전망이다.


미래에셋 박연주 애널리스트는 "고유황 연료유 마진이 크게 둔화되면서 이를 많이 생산하는 업체들은 큰 폭의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며 이들 업체들의 가동률 조정이 예상되기 때문에 경유, 휘발유 공급이 타이트해지면서 고도화 비율이 높은 기업들은 수혜가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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