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자궁경부암 백신, 남성은 안맞아도 된다고요?"

오은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2.12 15:32

수정 2019.12.12 18:51

-[커지는 바이러스 공포, 정책은 반쪽]<하>
-자궁경부암, 남성이 HPV 바이러스 매개체 되는 경우가 99%
-선진국에서는 이미 남성에게도 무료접종…우리나라는 현재 여성 청소년만 대상
-무료 접종되는 백신은 예방되는 바이러스도 적어…질본 "비용 문제 때문"
HPV 예방접종 홍보 포스터 /사진=뉴시스
HPV 예방접종 홍보 포스터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자궁경부암과 관련해 만 12세 이하 여아들에게 백신 무료 접종 사업 등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해당 정책이 '반쪽짜리'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자궁경부암을 유발하는 '사람유두종 바이러스(HPV)'의 매개체가 남성일 확률이 가장 높음에도 불구하고 무료 접종 사업에서 남성은 배제됐기 때문이다. 무료 백신이 예방할 수 있는 바이러스 종류도 시중에서 판매 중인 백신보다 현저히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등 선진국은 남성도 의무접종
12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 2016년부터 만 12세 여성 청소년에게 HPV 감염증 백신 예방접종을 무료로 시행하고 있다. 자궁경부암이 여성에게 발생하는 암 중 1위를 차지할 만큼 흔한 질병이기 때문이다. 해당 프로그램은 예방접종뿐 아니라 상담도 함께 진행돼 여자 청소년들의 꾸준한 자궁경부암 예방을 목표로 한다.


문제는 HPV 바이러스가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감염될 수 있고, HPV 바이러스에 감염된 남성과 성관계를 가진 여성은 자궁경부암에 걸리게 될 확률이 현저하게 높아지지만 남성은 관련 정책에서 빠져있다는 점이다.

이 같은 지적은 정책 시행 당시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올해 초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관련 정책을 비판하는 청원이 올라와 2만3000여명 이상이 청원에 동의하기도 했다. 청원자는 "이름 자체도 자궁경부암 예방백신으로 홍보해 남성을 대상에서 제외시켜 버렸다"며 "HPV는 여성에게 자궁경부암 뿐 아니라 남성에게도 발병하는 성기 사마귀, 고환암, 항문암, 두경부암을 일으키기 때문에 의무접종 대상에 남성도 포함시켜야한다"고 주장했다.

호주와 미국, 캐나다 등 선진국에서는 남성 청소년에게도 HPV 백신을 무료로 접종하고 있다. 호주와 미국의 자궁경부암 연령 표준화 발생률은 인구 10만명당 6.0명과 6.5명 수준으로 현저히 낮다.

/사진=뉴스원
/사진=뉴스원

전문가들은 남성에게도 의무접종을 시행할 경우 자궁경부암 발생률이 훨씬 더 낮아질 것이라고 설명한다.

정선화 대한병원의사협의회 홍보이사(산부인과 전문의)는 "이미 선진국에서는 남성들도 맞는게 당연시 되고 있다"며 "여성문제뿐 아니라 전반적인 성의식 향상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의무접종이 불가피하면 남성들이 백신에 대해 잘 알 수 있도록 캠페인이라도 벌여야 한다"고 말했다.

원영석 산부인과의사회 총무이사도 "남성들은 여성들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맞는거지 질병을 예방하려고 맞진 않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무료 백신, 예방 바이러스도 태부족
12세 이하 여성 청소년에게 접종 중인 무료 백신이 예방할 수 있는 바이러스도 시중에 나온 백신보다 현저히 부족하다.

현재 보건당국에서 제공하는 백신은 2가와 4가다. 100여종이 넘는 바이러스 가운데 2개, 4개만 예방할 수 있다는 뜻이다. 현재 시중에는 9가까지 개발돼 판매 중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이 같은 지적에 비용 문제를 들었다.

질본 관계자는 남성도 백신 대상에 포함시켜야한다는 주장에 대해 "남성들도 백신을 맞으면 간접적으로 예방이 되지만, 국가 예산이 제한돼 있다보니 남성에게 확대하는 것보다 여성들을 지원해 효과를 보는 쪽으로 확대하고 있다"며 "비용-효과성 분석으로 봤을 때도 여성에 대한 접종이 좀 더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국가예방접종 사업을 9가 백신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과 관련해서도 "비용이 올라가는 문제뿐 아니라 다수의 사람들에게 많은 효과를 볼 수 있을지 종합적으로 판단해야한다"며 "9가는 현재 내부적으로 검토단계"라고 밝혔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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