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천연모피와 작별한 영국 여왕

강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2.12 17:40

수정 2019.12.12 17:40

[기자수첩] 천연모피와 작별한 영국 여왕

오랜 기간 동물 모피(毛皮) 코트를 즐겨 입어왔던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은 최근 천연 모피와 작별을 고했다. 버킹엄 궁전 대변인에 따르면 엘리자베스 여왕을 위해 새로 만들어지는 의복에는 모두 인조 모피를 사용할 예정이다. 베르사체, 구찌, 조르지오 아르마니 등 세계 유명 패션 디자이너들도 토끼나 친칠라, 밍크 등의 동물 모피 사용을 중단하겠다고 나섰다.

최근 날이 추워지면서 모피를 두른 사람들을 여전히 종종 볼 수 있다. 털가죽이라는 뜻의 모피는 부의 상징이기도 하고, 부드럽고 따뜻하다는 이유로 많은 이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하지만 모피 제품이 어떻게 생산되는지 아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피 구입을 꺼린다.
모피 농장의 야생동물은 움직이기조차 힘든 작은 철창에 감금된 채 살아가다가 산 채로 껍질이 벗겨지기 때문이다. 매년 1억마리 이상의 야생동물이 모피 때문에 죽어간다. 모피 옷 1벌을 만들려고 적게는 수십에서 많게는 수백마리의 야생동물이 희생되고 있는 셈이다.

여전히 전 세계 많은 사람이 모피에 대한 환상은 가지고 있으나 모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점차 자리잡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미국에선 강력한 모피 금지법안도 나오고 있다.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동물 모피 제품 제조·판매 등을 금지하는 법안을 승인했다. 앞서 캘리포니아주 내 샌프란시스코(지난해 3월)와 LA(지난해 9월)는 비슷한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주 차원에서 이 같은 법이 적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는 2023년 1월 1일 이 법안이 발효되면 캘리포니아주 내에서 모피로 만든 옷과 핸드백, 신발 등 모든 품목의 제조·판매가 금지된다. 법을 위반하는 사람은 민사 처벌을 받게 되며 최대 1000달러의 벌금을 내야 한다. 해당 법안은 신규 생산되는 제품에 적용된다.

국내에서도 모피 제품 퇴출을 촉구하고 있다.
동물보호단체인 한국동물보호연합은 최근 "모피는 이제 부러움의 대상이 아니라 부끄러움, 수치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아직 사회적 문제의식이 부족한 탓에 모피 수입이나 수요가 우리나라는 큰 상황이다.
모피제품의 반생명성과 끔찍하고 잔인한 동물학대의 진실을 안다면 상황이 달라질지 두고 볼 일이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생활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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