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감독 맡아달라' 소리에 박항서 "조국이지만.."

베트남 남자 축구, 60년 만에 동남아시안게임 金
호성적 비결 묻자 "베트남 정신"
내년 1월 AFC U-23 챔피언십 예선 통과·3월 말레이시아 원정 승리가 당면 과제
22일까지 경남 통영에서 동계 전지훈련

[김해공항=뉴시스]강종민 기자 = 60년 만에 동남아시아를 제패한 베트남 축구의 영웅 박항서 감독이 14일 오전 김해공항에 입국, 기다리던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U-23 대표팀을 이끌고 온 박감독은 경남 통영에서 전지훈련을 할 예정이다. 2019.12.14. ppkjm@newsis.com
[부산=뉴시스] 박지혁 기자 = 베트남 축구를 60년 만에 동남아시안(SEA)게임 정상으로 이끈 '쌀딩크' 박항서(60) 감독이 금의환향했다.

박 감독은 2019 SEA게임 금메달의 영광을 뒤로 하고, 14일 오전 부산 김해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박 감독은 베트남대표팀의 붉은색 트레이닝 상의를 입고 환한 표정으로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150여명이 넘는 팬들과 취재진이 뒤섞여 입국장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새벽부터 공항에 나온 베트남 사람들도 많았다.

베트남이 SEA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건 1959년 초대 대회 이후 60년 만이다. 당시는 통일 이전으로 남베트남이 우승을 차지했다.

박 감독은 "조국 대한민국에서 많은 성원과 격려를 해줘 감사하다. 60년 동안 한 번도 우승하지 못한 SEA게임 축구 종목에서 나의 감독 재직 기간에 우승하게 돼 개인적으로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 감독이 한 번도 이루지 못한 결과를 이룬 것에 베트남 국민들께서 기뻐해주고, 격려해준다. 이번 시합에 응원해줘 감사하다"고 했다.

2017년 10월 베트남 지휘봉을 잡은 박 감독은 지난해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준우승,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4위, 아세안축구연맹(AFF) 챔피언십 우승, 올해 아시안컵 8강에 이어 60년만의 SEA게임 금메달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썼다.

박 감독은 비결을 묻자 "기본적으로 베트남 정신이다. 선수들에게 베트남 정신이 정립돼 있다"며 "베트남 정신을 기본 바탕으로 해서 하나의 팀으로 완성되고 있다. 경기를 하면서 선수 스스로가 자신감도 생기고, 경기력이 좋아지는 것 같다"고 했다.

[김해공항=뉴시스]강종민 기자 = 60년 만에 동남아시아를 제패한 베트남 축구의 영웅 박항서 감독이 14일 오전 김해공항에 입국, 기다리던 팬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U-23 대표팀을 이끌고 온 박감독은 경남 통영에서 전지훈련을 할 예정이다. 2019.12.14. ppkjm@newsis.com
출전하는 대회마다 호성적을 내며 베트남 이슈의 중심에 섰다. 최근 베트남 언론에서는 박 감독을 두고 '박당손(Park Dang Son)'이라고 부른다고 소개했다.

'박당손'은 박 감독의 성과 '운이 좋은 때'라는 의미를 가진 '당손'을 합성한 별명이다.

이에 대해선 "뜻은 정확하게 잘 모르겠지만 SEA게임에서 60년 동안 우승을 못했다가 해서 그런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며 "애칭을 아무렇게나 부르면 어떤가. 다 좋아서 부르는 것이다. 뭐든 상관없다"고 웃었다.

박 감독은 내년 1월 태국에서 열리는 2020 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겸 도쿄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을 대비하기 오는 22일까지 경남 통영시에서 동계훈련을 갖는다.

이에 대해선 "이번 전지훈련은 오래 전부터 계획된 것이다. SEA게임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부상자와 회복이 필요한 선수들이 많다"며 "훈련도 중요하지만 회복을 위해 왔다. 좋은 공기를 마시면서 준비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올림픽이나 월드컵 무대는 준비 없이 생각으로 되는 게 아니다. 나 혼자 힘으로 되는 게 아니다. 베트남 정부 등 모두가 비전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김해공항=뉴시스]강종민 기자 = 60년 만에 동남아시아를 제패한 베트남 축구의 영웅 박항서 감독이 14일 오전 김해공항을 통해 입국하자 기다리던 베트남 팬들이 환호하고 있다. U-23 대표팀을 이끌고 온 박감독은 경남 통영에서 전지훈련을 할 예정이다. 2019.12.14. ppkjm@newsis.com
베트남은 U-23 챔피언십에서 북한, 요르단, 아랍에미리트(UAE)와 D조에서 경쟁한다. 조별리그 순위에 따라 8강전에서 한국과 대결할 가능성도 있다.

박 감독은 "올림픽 예선이라는 게 쉬운 것은 아니지 않느냐. 조별리그를 통과하는 게 우선 목표"라고 했다. 베트남은 올림픽 본선 무대를 경험하지 못했다.

이어 "카타르월드컵 2차 예선이 3경기 남았다. 조 1위를 하고 있지만 까딱까딱하다"며 "내년 3월에 말레이시아 원정이 있다. 이 경기를 이기면 8부 능선을 넘는다고 본다. 태국에서 열리는 U-23 챔피언십의 예선 통과와 말레이시아 원정 승리가 당면 과제"라고 했다.

일부에서 '국내 감독을 맡아달라'는 소리가 나온다고 하자 "대한민국에는 유능하고 젊은 지도자가 많다. 내 나이로는 이제 감독의 시대는 끝났다"며 "조국이지만 대한민국 감독의 자리는 탐하지도 않고, 욕심도 없다. 나의 시대는 끝났다"고 했다.

결승전 퇴장 장면에 대해선 "자꾸 좋게 얘기할 건 아니다. (퇴장은) 좋은 게 아니다.
자꾸 이야기를 하면 말꼬리를 물게 되니 더 이상 멘트하지 않겠다"며서도 "퇴장이 꼭 좋은 건 아니지만 나도 대한민국 사람으로서 베트남에서 일하고 있고, 대한민국 품격을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답했다.

새벽부터 많은 취재진과 팬들이 공항을 찾은 것에 대해선 "연기처럼 사라지는 게 인기다.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고, 항상 평범하게 살아가려고 노력한다"며 쿨하게 말하며 입국장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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