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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한국경제 1세대 혁신가들을 보내며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2.18 17:04

수정 2019.12.18 17:04

[fn논단]한국경제 1세대 혁신가들을 보내며
지난주 재계의 '거목' 구자경 회장과 김우중 회장이 돌아가셨다. 두 분은 1990년대 중·후반까지 활동하며 기술 기반이 전무한 세계 최빈국 한국 경제가 짧은 시간에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로 도약하는 데 중요한 기여를 했다. 이 분들은 대기업 회장, 재벌 총수 등으로 불리며 국내 기업을 세계적 수준으로 키웠지만 그 목적은 단순한 부의 축적보다는 기술입국과 세계경영 등 경영이념 실천에 있었다. 한마디로 산업화 혁명을 이끈 혁신가의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조지프 슘페터는 멈춰선 경제가 동태적 경제로 발전하려면 반드시 혁신이 필요하고 이런 혁신을 수행하는 주체가 기업가, 즉 혁신가라고 했다. 한국 경제가 경공업 중심의 단순모방 수준에서 중화학공업과 전자공업 등 기술집약적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혁신 모멘텀이 작동했기 때문이다.
산업화의 혁신 모멘텀은 정부정책에 의해 추동되기도 했지만 1세대 민간기업 혁신가들의 리더십이 없었다면 형성될 수 없었다. 이미 작고한 이병철, 정주영, 박태준, 최종현 등과 함께 이끌어 온 산업화의 혁신 모멘텀은 1990년대 중반 이후 2세대 혁신 모멘텀으로 이어지면서 한국 경제의 성공 DNA가 됐다.

한국 경제의 1세대 혁신은 1995년 기준 국민총생산 세계 11위, 제조업 부가가치 생산 세계 7위 규모를 달성했다. 이런 1세대 혁신은 주로 '창조적 모방'을 특징으로 한다. 창조적 모방이란 선진 제품을 단순모방하는 데서 벗어나 새로운 기능을 창의적으로 추가하거나 생산비용이 훨씬 낮은 제품을 개발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연구개발 투자를 대폭 확대해 학습과 지식창출 활동을 획기적으로 전개해야 했다. 그 결과 한국 경제는 1980년대 중반에 이르러 개인용 컴퓨터, 반도체 메모리 칩, 자동차, 산업플랜트 등 기술집약적 제품들을 수출하고 1990년대 중반에는 HDTV, 이동통신시스템, 신형 원자로 같은 미래지향적 제품을 개발하게 됐다.

1세대 혁신을 다시 요약하면 '창의적 모방'을 특징으로 한 추격형 혁신이라고 할 수 있다. 추격형 혁신은 '하면 된다' 정신과 '빨리빨리' 경영기법으로 무장한 혁신기업인들이 주도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이들이 은퇴한 빈자리를 2세대 혁신가들이 메우고 있다. 2세대 혁신에는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으로 도약한 삼성전자와 같이 가업승계형도 있지만 새로운 유형의 혁신가들이 포함된다. 이들은 인터넷과 모바일 플랫폼 산업, 게임과 K팝 등 콘텐츠 산업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획득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2세대 혁신은 '창의적 모방' 단계를 넘어서 '신지식 창조'를 특징으로 하는 선도형이다.

세대가 바뀜에 따라 혁신의 특징과 경영방법은 달라졌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혁신가의 역할이다.
혁신가들은 산업화(과거) 또는 디지털화(미래) 등 급변하는 시대 상황에서 위기의식과 비전 제시를 통해 변화에 대응하는 노력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산업혁명의 파괴적인 면보다는 창조적 결실을 보게 함으로써 경제발전에 기여한다.


지난주 세상을 떠난 두 분이 소중한 것도 '창의적 발상에 의한 통찰력 있고, 일관된 비전'으로 한국 경제의 위기를 기회로 바꿔놓았기 때문이다.

이장우 경북대 교수, 성공경제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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